이미지 크게보기 서울체중·고 학생선수들이 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서울체중·고 월계관 3층 사격장에서 과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대한체육회, 체육계학교 지원

AG와 올림픽 메달리스트
대부분이 체육중·고교 출신

27개校 장비구입비 1800만원
훈련비,학생수 비례 차등지급
서울체중·고 체전서 종합우승

“글러브·헤드기어까지 무상
운동 전념… 경기력은 쑥쑥”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서울체중·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섭씨 23도까지 오른 기온 때문에도 학생들은 구슬땀을 흘렸다. 운동장과 체육관은 열기로 가득했다. 운동장에선 육상부 학생들이 힘차게 달렸고, 체육관에선 유도와 레슬링부 학생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기량을 다듬었다. 사격장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했고, 총알은 어김없이 과녁 한가운데를 뚫었다.

서울체고는 스포츠 명문. 지난달 15일부터 17일까지 부산과 대구, 경남 고성군 등에서 열린 제33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체고체전에서 금메달 43개, 은 37개, 동 42개로 2년 만에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2위 경기체고(금 26, 은 32, 동 30개)와의 격차는 넉넉했다. 김낙영 서울체중·고 교장은 “학생들이 체육중, 체육고교를 선택한 이유는 국가대표, 아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란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서 “미래의 한국 스포츠를 이끌어갈 체육 영재들이 모여 있기에 학내에서 항상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체육계열 중·고교는 모두 27개. 육상, 체조, 수영, 레슬링, 복싱, 유도 등 아마추어 종목의 국가대표는 대부분 체육중·고교에서 배출된다. 아시안게임, 올림픽에서 국위를 선양하는 메달리스트 대부분도 체육중·고교 출신이다. 체육중·고교는 한국 체육의 뿌리에 비유할 수 있다. 그래서 1993년부터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전국 체육중·고교를 지원해왔다. 엘리트 스포츠의 산실인 체육계열 학교의 훈련 여건을 개선하고 우수 선수를 체계적으로 육성, 전체적인 경기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다. 2017년부터는 대한체육회가 16개 시도 27개 체육계열 중·고교의 훈련비, 대회 출전비와 장비 구입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17억 원이던 체육중·고교 전체 지원 예산은 지난해 27억 원으로 늘어났다. 체육회는 학생 수에 비례, 훈련비를 학교마다 차등지급한다. 장비 구입비는 학교당 1800만 원씩이지만 학생 수와 국가대표 및 상비군 수에 비례, 추가 지원한다. 서울체중·고는 27개 체육계열 학교 중 가장 많은 2억2427만7000원을 지원받는다. 서울체중 학생은 155명, 서울체고는 406명으로 모두 561명. 학생 1명에게 평균 40만 원이 돌아간다.

서상도 서울체고 복싱부 감독은 “글러브를 비롯해 마우스피스와 헤드기어까지 모든 장비를 무상으로 사용한다”면서 “학생 선수와 지도자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기에 훈련 성과가 무척 좋다”고 귀띔했다. 일반 학교 운동부는 대회 출전, 훈련, 장비 구입 등을 학부모들에게 의존하곤 한다. 학교 자체 예산으론 충당할 수 없기 때문. 그러나 체육계열 학교는 다르다.

전흥수 서울체중 육상부 감독은 “일반 학교와 달리 체육회 지원 덕분에 대회에 자주 출전할 수 있다”면서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기에 기량 발전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서울체고 수구부 3학년 배원빈은 “일반 중학교에서 수영을 익혔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운동 비용 부담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학교에 몸만 오면 되기에 운동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체중 유도부 3학년 백승륜은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획득하는 게 목표”라며 “서울체중에선 운동으로 젖은 도복이 마르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고, 또 운동 시간도 길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체육회의 지원이 없다면 체육계열 학교들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면서 “혜택을 받는 만큼 더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학생, 지도자들은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