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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K 신인투수 하재훈

18경기서 4승-4세이브-3홀드
시속 150㎞ 묵직한 직구 장점
분당회전수는 평균 2600 달해
타자들 체감 속도는 더 빨라

위기 상황서 마운드 오르면
팀 타선 폭발 든든한 지원받아
“유일하게 ‘10-10-10’ 작성한
우상 오승환 선배처럼 될래요”

실력도 좋고, 운도 따르고.

SK 오른손투수 하재훈(29·사진)이 2019 신한은행 마이카 프로야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하재훈은 6일까지 18경기에 출장, 4승 1패 4세이브 3홀드와 평균자책점 2.12를 유지하고 있다. 4승은 다승 공동 5위.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에서 오승환(37·콜로라도 로키스)이 유일하게 작성한 ‘10승-10세이브-10홀드’에 도전할 만한 페이스다 . 2005년 삼성의 신인이었던 오승환은 10승 1패 16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1.18을 거뒀다.

하재훈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6번으로 지명됐다. 하재훈은 2009년 마산 용마고를 졸업한 뒤 외야수로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지만 출장하지 못했고 2015년 방출된 뒤 일본으로 건너가 야쿠르트 스왈로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17경기 출장에 그쳤다. 하지만 국내에선 투수로 보직을 바꿔 데뷔 첫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하재훈의 장점은 묵직하고 빠른 직구. 하재훈은 최고 시속 150㎞ 중반대의 공을 던진다. 게다가 공의 회전수가 많아 타자가 체감하는 속도는 더 빠르다. 하재훈 투구의 RPM(분당회전수)은 평균 2600으로, 프로야구 전체 평균인 2200대를 웃돈다. 안치용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똑같은 150㎞라 하더라도, 하재훈이 던지는 직구는 타자 입장에서 160㎞로 느껴진다”면서 “그만큼 볼 끝이 좋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재훈의 피장타율은 0.175로 15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1위이고, 피안타율 0.158은 2위다.

잘 던지더라도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역투의 효과는 반감되기 마련. 하재훈에겐 운도 따른다.

하재훈이 마운드에 오르면 SK 타선이 힘을 내기 때문이다. 하재훈의 4승은 모두 구원승. 3월 23일 KT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하재훈은 4-4이던 7회 초 등판했는데, 공수교대 뒤 제이미 로맥이 2점짜리 결승 홈런을 날렸고 SK는 7-4로 이겼다. 3월 31일 키움전에서는 1-2로 뒤진 6회 말 마운드에 올랐고, SK는 역시 공수교대 뒤 7득점을 뽑아 하재훈에게 승수를 안겼다. 하재훈은 4월 4일 롯데전에서는 6-6이던 연장 11회 등판했고, SK는 11회 말 강승호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했다. 4월 24일 삼성전에서는 8-8이던 연장 10회 말 마운드에 올랐고, 연장 11회 초 최정의 결승 솔로포로 SK가 승리했다. 박빙의 승부에서 하재훈이 투입되면 SK 타선이 폭발하기에 구원승 기회는 계속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하재훈의 입지는 달라졌다. 하재훈은 중간계투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요즘엔 마무리로 중용되고 있다. 염경엽 SK 감독은 김태훈이 3차례 블론세이브를 남기자 셋업맨으로 보직을 바꿨고, 하재훈과 서진용 등을 마무리로 기용하고 있다. 물론 하재훈이 한발 앞섰다. 하재훈은 최근 5차례 등판에서 4세이브를 챙기며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하재훈의 롤 모델은 오승환. 둘은 닮은 점이 여럿 있다. 둘 다 외야수 출신이고, 묵직한 직구가 트레이드마크. ‘포커페이스’라는 것도 공통점. 둘은 마운드에 오르면 무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한다. 정면승부를 고집할 만큼 배짱이 두둑하고, 디셉션(공을 숨기는 기술)이 좋다는 것도 닮았다. SK가 올해 초 미국에 스프링캠프을 차리자 오승환은 지인을 통해 하재훈에게 “너만의 방법을 찾으라”는 조언을 건넸다. 하재훈은 “우상 오승환 선배의 격려에 힘이 났다”면서 “오승환 선배 같은 투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