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35년 동안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쳐왔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4월 30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역사박물관 인근에서 한국 현실을 진단하면서 개인과 사회의 관계, 문학 등에 대해 자신이 가진 생각을 얘기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서 교수가 바라본 미국·북한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는 “요즘 보수진영에서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우리가 사는 길은 미국 편에 붙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하는데, 그런 방식의 설득은 그만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고 말했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슈퍼 파워고, 미국 편에 붙어야 이득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서글픈 일이라는 취지다. 그는 “우리가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고 가깝게 지내는 이유는 우리가 우방으로 대접하고 의존할 만한 충분한 도덕적 정당성을 미국이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미 동맹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명예교수는 미국과 미국인들의 합리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외국유학을 다녀온 사람 중에는 미국유학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장기 체류를 하다 보면 자연히 불쾌한 경험도 하게 되지만 미국사람에게 크게 사기를 당하거나 악랄하게 모욕을 당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양식 있는 미국인들은 대인관계에 있어서 책임 의식과 페어플레이 정신이 있어서 사귀기도 좋고 배울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5년 6개월, 연구기간을 합하면 7년 동안 체류했다. 또 영국에서 1년, 중국과 일본에서도 6개월씩 체류경험이 있다. 그는 “중국인들도 좀 순박한 면이 있고 인정도 있지만 미국인들은 월등하게 주변 이웃에게 공정한 사람들”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슈퍼 파워 미국에 대한 저항과 비판은 정당한 측면이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반미감정이 흐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미국도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자국민의 이익을 도모해야 하는 지구 상의 여러 나라 중 하나로 보는 공정한 시각도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서 명예교수에게 북한 동포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신체적 혹사를 당하고, 처형의 공포 속에 하루를 사는 해방대상’이다. 그는 “맹목적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남북통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지상명령”이라면서 “자유를 제약당한 북한 동포가 얼마나 많은지 알고 난 뒤부터 북한 동포를 해방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통일이 이뤄지면 구원받은 북한 동포가 남한 동포를 구세주로 받들 것이라는 기대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지원해야 통일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는데 제재와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