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며 물가상승률 등 거시지표의 안정적 관리를 근거로 제시했다. 1분기 성장률이 -0.3%로 1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냈다고 한국은행이 발표한 게 불과 나흘 전이다. 수출·제조업·설비투자 등 성장을 이끌 엔진이 싸늘히 식어가는 것이 특히 심각했다. 문 대통령은 정작 1분기 성장률 추락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고 ‘세계 경제 둔화 등 대외 여건이 빠르게 악화’한 상황을 언급했다. 경제는 걱정할 것 없다는 인식을 드러내면서도, 그마저도 외부 탓을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전에도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국가 경제는 견실한 흐름” 등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좋은 지표를 홍보하기 위한 특별조직 설치도 지시했다는데,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에게도 보고 싶은 통계만 올리지 않는 한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없다

“민간 투자가 살아나야 경제 활력이 생긴다”는 문 대통령의 말은 백번 옳다. 그러나 투자의 주체인 경제인들의 비명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통계청이 30일 내놓은 3월 산업활동동향에서 현재·미래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사상 처음으로 10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한은이 밝힌 1∼3월 설비투자 10.8% 감소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산업은행의 올해 설비투자 전망에서 제조업의 모든 업종이 마이너스였다. 국가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마저 10분기 만에 가장 저조한 영업실적을 냈다. 민간 투자를 유인할 규제·노동 개혁은커녕, 거꾸로 반(反)시장 정책을 앞세운 결과는 기업들의 탈(脫)한국 행렬이다.

이런데도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하니, 어느 나라 얘기를 하는 것인지 의아하다.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가 급감하는 것도 잊은 모양이다. 정부·여당은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을 빼놓고 성장률 1위라고 했지만, 공개된 성적표는 36개국 중 18위였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순위다. 실제로 지금 상황은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1차 추가경정예산으로 부족해 2차 추경설도 나돈다. 실패한 정책 기조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경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않으면 국가 경제를 더 망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