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물러나는 아키히토 30일 퇴위하는 아키히토(왼쪽) 일왕이 지난달 12일 일본 도쿄 왕궁에서 퇴위 사실을 조상에게 고하는 의식을 치르고 있다. AP연합뉴스

- ‘새로운 日本’ 맞아 전문가 제언

“文정부 코리아 패싱 피하려면
韓日관계부터 빨리 회복해야”

“전쟁부채의식 없는 새 日王에
식민지배 사죄 기대 어려울듯”

“日, 관계 나빠도 잃을것 없는데
한국 정부만 그걸 모르고 있다”

일본의 ‘레이와(令和) 시대’ 개막을 맞아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이용하는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일관계 회복을 통한 한·미·일 3각 협력 강화가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동북아 정세에서 문재인 정부가 ‘패싱(소외)’ 당할 위험을 줄일 뿐 아니라 현재 ‘숨 고르기’ 국면의 북핵 문제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30일 아키히토(明仁) 일왕 퇴위와 5월 1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에 대해 “새로운 일본이 탄생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정부가 이 새로운 일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진 위원은 한·일 갈등의 핵심 요인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강하게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포퓰리즘보다는 국익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대일 외교를 해야 할 때”라고 일갈했다. 진 위원은 “외교는 상대방이 있고 서로의 요구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면서 조속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문재인 정부에 주문했다. 한·일 정상은 지난해 다자회의 등을 계기로 3차례 만나기는 했지만,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동안 정상회담을 위해 상대국을 단독 방문하지는 않을 정도로 한·일 관계는 악화돼 있는 상태다.

‘레이와 시대’의 일본이 과거사 문제와 한반도 정책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불확실하다는 점도 한·일 관계를 복원해야 하는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아키히토 일왕과 달리 식민지배와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역사적 부채 의식이 없는 전후세대 나루히토 왕세자가 일왕에 즉위한 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어떤 궁합을 보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나루히토 새 일왕의 역사관이 아베 총리의 우경화 정책과 상승작용을 일으킬 경우 한·일 관계에 최대 악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는 전쟁의 부채 의식이 없는 일왕이 왔다는 의미이고,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도 “새 일왕에게는 일왕이 한국에 식민지 지배와 전쟁을 사죄해야 한다는 발상은 더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전문가는 지난 2월 말 2차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문재인 정부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패싱’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한·일 관계부터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남북관계에만 치중하지 말고 주변국 외교를 잘해야 우리 정부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주변국인 대일 외교를 제일 못하고 있다”며 “역사 문제는 역사문제대로, 한·일 협력은 실용적으로 해나가는 ‘투트랙’ 외교 전략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아베노믹스가 효과를 거둬 일본 경제는 호황을 구가 중이고, 이 가운데 일왕 즉위식까지 겹쳐 일본은 축제 분위기”라며 “아베 총리는 한·일 관계가 나쁘다고 크게 잃을 것이 없는데, 그것을 한국 정부만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김현아·정철순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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