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한 일본 만들기 ‘야욕’

나루히토 왕세자, 호헌 입장
아베 우경화 견제할지 주목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새 일왕 즉위 후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기대감에 편승해 본격적인 우경화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아베 총리가 내각지지율 상승을 바탕으로 평화헌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되살리고 있는 가운데 개헌에 비판적인 ‘전후 세대’ 나루히토(德仁) 신임 일왕이 아베 총리의 우경화를 견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베 총리의 우경화 시도가 노골화될 경우 꽉 막힌 한·일 관계는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30일 아사히(朝日)신문 등에 따르면 나루히토 신임 일왕 시대를 뜻하는 레이와(令和) 시대에 대한 일본 사회 전반의 기대감을 반영해 아베 내각의 국정 수행에 관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지난 1일 연호 발표 이후 5%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아베 내각이 레이와 시대에 대한 기대감과 6월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분위기를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전망했다.

최근까지도 중의원 보궐선거 패배 등 정치적으로 위태로웠던 아베 총리는 일왕 즉위 이벤트로 지지율이 반등하자 개헌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해외 순방 중이던 지난 24일 일본 국내에서 열린 ‘신헌법 제정 의원연맹’ 모임에 메시지를 보내 한동안 꺼내지 않았던 개헌 논의를 다시 언급했다. 히라사와 가쓰에이(平澤勝榮) 의원이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레이와라는 새 시대가 시작된다. 국가 미래상에 대해 정면에서 토론해야 할 때가 왔다”며 “모든 자위대원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헌법에 확실히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정치가의 책임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이는 연호 교체와 새 일왕 즉위, 개헌을 하나의 논리로 연결짓는 것으로 새 시대에 맞게 헌법을 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 분위기 쇄신 및 도약 구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본격화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개헌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나루히토 신임 일왕이 아베 정부의 우경화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아베 총리의 우경화 움직임이 노골화될수록 한·일 관계 개선은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개헌 논의가 속도를 낼수록 위안부 문제 등과 관련한 극우 인사들의 망언과 이를 둘러싼 갈등도 커질 전망이다. 아베 정부가 군사대국화를 꿈꾸며 매년 방위비를 늘리고 있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아베 정부가 배정한 방위비는 7년 연속 증가해 올해 사상 최고액인 5조2574억 엔(약 54조6200억 원)으로 편성됐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