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NC 상승 이끄는 마무리투수 원종현-안방마님 양의지

중학교때 연습경기하며 인연
경찰청 복무하며 우정 쌓아
WBC 배터리로 호흡 맞추고
올 한팀서 뭉쳐 ‘완벽한 만남’

원, 대장암 극복 ‘인간승리’
14경기서 평균자책점 1.26
150㎞ 묵직한 강속구 주무기

양, 최고의 볼 배합으로 리드
타자 공략법 전수 ‘의기투합’

지난해 꼴찌였던 NC가 29일까지 2019 신한은행 마이카 프로야구에서 공동 3위(18승 11패)로 선전하고 있다. ‘뒷문’이 든든해진 게 긍정적인 변화. 1987년생 동갑내기 ‘절친’인 마무리투수 원종현과 포수 양의지가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기 때문이다.

NC는 지난해 5월 주전 마무리투수 임창민이 팔꿈치 수술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민호가 바통을 넘겨받았지만, 23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7차례나 블론세이브를 남겼다. NC는 지난해 무려 44차례 역전패를 허용, 이 부문 1위에 오르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새 마무리 원종현은 14경기에 등판, 10세이브(2위)와 평균자책점 1.26으로 순항하고 있다. 원종현을 앞세운 NC는 올해 7회까지 앞섰던 15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원종현은 지난해까지 중간계투였다. 임창민이 오는 6월에야 합류하기에 원종현이 시즌 개막과 함께 마무리로 보직을 옮겼는데, 기대를 훨씬 웃도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물론 ‘변신’은 쉽지 않았다. 구위는 자신 있었지만, 심리적으로 쫓겼다. 하지만 포수 양의지가 원종현의 호투를 유도하며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원종현은 특급 소방수로 자리매김했다.

원종현과 양의지의 인연은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종현은 군산중, 양의지는 무등중 출신. 군산과 광주로 지역은 달랐지만, 연습경기를 하면서 안면을 텄고 친해졌다. 원종현은 군산상고, 양의지는 진흥고로 진학했지만 둘의 우정은 두터워졌다. 그리고 경찰청에서 비로소 한솥밥을 먹었다.

2006년 두산에 입단한 양의지는 2007년 1군 무대에서 3경기를 치른 뒤, LG에 입단한 원종현은 1군 출장 기회를 한 번도 잡지 못하고 경찰청 유니폼을 입었다. 경찰청에서 유일한 동갑내기였던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전역 후 스타로 도약하겠단 꿈을 키웠다.

전역 후 양의지는 두산의 주전 포수, 아니 프로야구의 간판 포수가 됐다. 원종현은 전역한 뒤 2013년 NC로 이적했고 2014년 5승 3패 1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4.06을 챙기면서 주목을 받았다. 원종현은 대장암으로 인해 2015년을 쉬었지만,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6홀드를 거두면서 ‘필승조’로 꼽혔다.

2017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둘은 마침내 올해 NC에서 재회했다. 양의지가 두산에서 NC로 옮기면서 한지붕 아래 머물게 됐다. 원종현은 150㎞를 넘나드는 묵직한 강속구가 주무기. 반면 단조로운 투구 패턴이 약점이었지만, 프로야구 최고의 볼 배합을 자랑하는 양의지가 타자 공략법을 전수하면서 원종현은 ‘난공불락’으로 거듭났다.

원종현은 “양의지는 야구장 안은 물론 밖에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 고마운 존재“라면서 “특히 편하게 공을 던지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잘 챙겨준다”고 친구를 치켜세웠다. 양의지는 “원종현은 150㎞의 빠른 공을 던지는 뛰어난 투수”라며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투구에 집중한다면 타자와의 승부에서 늘 이길 것”이라고 화답했다. 둘은 “좋은 친구가 곁에 있어 든든하다”고 입을 모은다. 원종현과 양의지의 공통점은 좀처럼 웃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는 것. 하지만 둘이 만나면 웃음은 물론 말도 많아진다. 야구장 밖에서는 인생의 고민까지 주고받는 사이. 그래서 둘은 ‘실과 바늘’에 비유된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