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의 국가적 난제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데, 정국(政局)은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4여(與)1야(野)’의 극한 대치로 불능 상태에 빠졌다. 현상이 어렵고 혼란스러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을 도외시한 채 서로 드잡이를 계속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뿐이다. 그러잖아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사소한 불씨가 큰 불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시점이다. 정치권이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위한다면 이제라도 차분히 문제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서 잘못이 시작됐는지, 어떻게 푸는 것이 국가적 난제 해결에 도움이 될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1주일 전인 지난 22일 ‘패스트트랙 여야 4당 합의문’이 발표되면서 예고된 난장판은 주말 잠시 소강상태를 거쳐 재연(再燃)되고 있다. 4당이 정개특위와 사개특위를 재소집해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및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법을 상정키로 했고, 자유한국당의 저지 결기도 더 강해졌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여야의 무더기 맞고소·고발도 확대일로다. 이번 사태의 출발은 무리한 패스트트랙 합의에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의석수 확대를 기대하는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공수처 및 수사권 조정을 입법화하겠다는 집권당과 청와대의 ‘담합’부터 정도에서 벗어났다. 오죽하면 합의문 제2조 2항에서 ‘표결 시에는 선거법→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법 순으로 진행한다’고까지 규정했겠는가.

우선, 이런 무리한 패스트트랙 시도부터 철회해야 한다. 4당 합의문에는 ‘4월 25일까지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완료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미 이것부터 어긋났다. 최소한 3개 안건을 별건으로 패스트트랙을 하면 몰라도 서로에 유리한 법안을 거래하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다음은, 국회법 규정을 정면으로 거스른 권은희·오신환 의원에 대한 바른미래당의 사·보임 조치를 원상 회복시켜야 한다. 국회법을 넘어 국회의원 자율성을 짓밟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와중에 야당을 겁박하고,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주는 행태로도 비치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행태는 황당하다. 심지어 패스트트랙 4당이 조 수석의 하수인으로 보일 지경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