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왕의 교체기를 맞아 미·일 동맹의 밀착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30일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와 5월 1일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에 앞서 26일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일 동맹을 심화키로 한 뒤 대북 제재를 위한 공동 결의까지 했다. 미·일 정상은 골프 회동까지 10시간을 함께하며 우의를 과시했는데, 지난 11일 2시간에 불과한 한·미 정상회담 때의 논의 내용과는 폭과 깊이에서 차이가 난다.

더 중요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왕 즉위 행사 참석을 위해 5월 방문하고, 6월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다시 방일한다는 점이다. 4·5·6월 매달 미·일 정상이 만나는 이례적 밀착 시대가 열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왕 즉위행사 영향력이 미 슈퍼볼에 비해 100배는 크다는 말에 방일을 즉석에서 결정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를 계기로 미·일 동맹을 격상시키려는 전략을 주도면밀하게 추진하고 있다. 1960년 태어난 나루히토는 침략 전쟁에 대한 체험이 없다. 그만큼 적극적 행보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연호인 레이와(令和)에도 그런 의지가 숨어 있다. ‘평화를 실행하다’는 취지로, 평화를 이룬다는 현 헤이세이(平成)와는 다르다. 일본은 전범국 부담을 벗고 국제 무대에서 정상국가로서의 행보를 더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일본을 보통국가로 전환한 뒤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아베 총리의 야심도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월례’ 회담은 ‘레이와 신(新) 동맹’ 체제를 강화하는 수순인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만 배제되는 기류가 갈수록 강해지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극일(克日)에서 시대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항일·반일을 강화하고 있다. 위안부 합의를 뒤집고, 강제 징용 판결에 대해 한·일 관계 차원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은 적국으로서 국가 존망을 건 전쟁을 벌였고, 미국은 점령국으로서 일본 국권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 역사를 묻고 미래와 안보를 위해 과감히 손을 맞잡는다. 미래보다 과거에 집착해 시대착오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나라를 위험에 빠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