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 소식을 전한 지도 벌써 2주째로 접어들었지만, 여운은 계속 남기만 합니다. 우즈가 5번째 그린재킷을 입는 모습이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입니다.

2003년 최경주의 첫 출전부터 현장에서 마스터스를 취재한 기자는 올해 운 좋게도 현장에서 2005년 이후 두 번째 우즈의 우승 모습을 접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와는 분위기나 감흥이 너무 달랐습니다. 마스터스가 끝난 다음 날 USA투데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등 최고 영향력을 가진 신문마다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 소식을 약속이나 한 듯 1면 톱 뉴스로 채웠습니다. 아마도 세계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귀 이야기였기 때문이겠죠.

이런 ‘데자뷔’는 33년 전에도 딱 한 번 있었습니다. 1986년 잭 니클라우스가 마스터스에서 6번째 우승했을 때도 유력 신문마다 1면 톱을 장식했었습니다. 당시 니클라우스 역시, 6년 동안 메이저 우승이 없었고, PGA투어 정규대회에서 2년 이상 우승하지 못했던 터였습니다. 사업 수완이 뛰어났던 니클라우스였지만 당시엔 공도 안 맞고, 사업도 힘든 시기여서 골프 게임보다 사업에 더 많은 열정을 쏟을 때였습니다.

니클라우스가 마흔여섯에 마스터스를 제패하면서 ‘이젠 끝났다’는 사람들의 비아냥거림을 한방에 뒤집어 버렸던 것이죠. 몇 년 뒤 캘리포니아 주 소도시 사이프러스에서는 한 흑인 소년이 자신의 영웅 니클라우스의 나이별 우승 기록을 침실 벽에 붙여 놓고 그보다 더 훌륭한 최고가 되려는 꿈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흑인 소년은 16세 때 니클라우스의 아마추어 업적을 추월했습니다. 소년은 지역의 해군이 운영하던 골프장에서 500라운드 이상을 플레이했고, 때론 8시간 연속으로 퍼팅만 할 때도 있었죠. 매일 방과 후, 주말마다 골프장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연습벌레였기에 그에겐 친구도 없었습니다. 소년은 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역겨운 인종차별을 받았습니다. 소년은 세계주니어대회 우승 트로피를 감사의 뜻으로 클럽하우스에 기증하겠다고 했지만, 퇴짜를 맞았습니다. 소년이 18세 때 US 아마추어 우승 직후, 한 퇴역 해군 장교가 골프장 측에 거짓으로 “공이 집 안으로 날아들었다”며 흑인 소년을 골프장 밖으로 내쫓기도 했습니다. 흑인 소년 우즈는 인종차별을 피해 마음껏 골프를 칠 수 있는 스탠퍼드대에 진학하며 3년 만에 세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습니다.

10년 세월을 고통으로 보냈던 우즈가 진정한 골프황제로 복귀할 수 있었던 데는 니클라우스가 극복해야 했던 어려움보다 더 컸을 겁니다. 니클라우스의 기록을 다시 넘어서려는 우즈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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