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3월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옥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참가한 직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 현대차 제공

- ③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의지 반영
올 3월부터 대대적 혁신 시작
천편일률적 짙은 정장 벗어나
신체·심리적 편안함속에 근무
임원직급 통합·수시인사 전환

‘타운홀 미팅’ 통해 경영진 소통
모든 직원 질문에 일일이 응답
점심시간 늘리고 식단 차별화
통근버스 시간 다양화도 검토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의 출퇴근 풍경은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짙은 색 양복 부대의 물결이 사라지고, 청바지와 티셔츠 등 자유로운 차림의 직원들로 가득 메워졌다. 복장만 보면 벤처회사로 탈바꿈한 것처럼 보인다. 양복 부대가 사라지면서 최근 본사 지하에 있는 구둣방 이용객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일하는 방식, 업무환경 등의 개선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임직원 자율성 강조, 다양성 존중 정책 및 제도 변화 등을 추진함으로써 유연하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게 가능했던 것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운전대를 잡으면서부터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새로운 성장을 위한 변화와 혁신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경영 시스템과 유연한 기업문화가 필수적”이라며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기업문화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선언이 있은 지 2개월이 지난 3월 첫째 주 월요일, ‘완전 자율복장’ ‘점심시간 확대’ ‘타운홀 미팅’ 등 현대차그룹 본사에서는 대대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가 완전 자율복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시간·장소·상황(Time·Place·Occasion)’에 맞춰 직원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옷을 입도록 했다.

제도가 시행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짙은 색 계통의 천편일률적인 정장 일색이었던 직원들의 복장은 제도 시행과 동시에 면바지, 청바지, 티셔츠, 남방 등 다채롭게 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불편한 정장에서 벗어나 근무 중에도 편한 옷을 입을 수 있어 신체적·심리적으로 편안해졌고, 이로 인해 업무효율도 향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원과 경영층 간 소통방식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3월 양재동 본사 로비에서는 ‘타운홀 미팅’이 열렸다. 장재훈 현대차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이 주관한 행사로, 단순히 바뀐 제도를 임직원에게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소통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약 200명의 임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행사에서 장 부사장은 모든 질문에 일일이 답했고, 직원들도 회사의 다양한 노력과 실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장 부사장은 “임직원들이 타운홀 미팅에 더 많이 공감하고, 소통해주면 최고경영층까지도 참석할 수 있다”면서 임직원과 경영층 간 소통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업무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이달부터 본사 사옥 내 무선 인터넷이 개방됐다. 이전까지는 보안상 이유로 무선 인터넷이 차단돼 외부 고객과의 미팅이나 회의 시 노트북, 태블릿PC 등 정보통신(IT) 기기를 활용할 수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무선 인터넷이 외부 고객들에게까지 전면 개방됨에 따라 업무상 불편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 사용 제약이 없어져 IT 기기를 활용한 자료 검색이나 정보 획득 등 다양한 활동이 원활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협력사와 회의 시 필요한 파일들을 USB에 일일이 옮겨야 했는데 그런 수고가 줄어들었다”면서 “회사에서 지속적인 업무환경 개선 노력을 하는 것 자체가 그 어떤 복지 혜택보다 값지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및 식단도 크게 변화했다. 과거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였던 점심시간이 오전 11시 30분에서 오후 1시 사이에 개인의 희망에 따라 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이 덕분에 같은 시간에 직원들이 몰려 붐볐던 구내식당의 혼잡도 크게 개선됐다. 당연히 식당 안에서 음식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서 있던 줄도 사라졌다.

식단의 변화도 눈에 띈다. 3월 중순 층별로 배달되는 점심 도시락 수량이 증가했고, 4월부터는 식당에서 운영되는 점심 도시락 메뉴가 1종에서 5종으로 늘었다. 특히 채식을 주로 하는 이들을 위한 베지테리언 메뉴 1종이 추가돼 직원들이 개인의 기호에 맞는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

비흡연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을 샀던 흡연 공간도 유익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1층 야외에 있던 흡연 공간이 산책로로 바뀌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밖에도 현대차는 임직원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보고·회의문화 개선, 출퇴근 버스 시간 다양화 등 다방면에서 지속적인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은 효율적 시스템 도입 및 기업문화 혁신을 통한 미래 경쟁력 강화와 지속 성장을 위해 임원 인사제도를 개편했다. 기존 이사대우-이사-상무의 임원 직급체계를 상무로 통합하고 연말에 실시하는 정기 임원인사도 경영환경 및 사업전략 변화와 연계해 연중 수시 인사체계로 전환했다. ‘일’ 중심의 수평적 조직문화 촉진과 발탁인사 등 우수 인재의 성장기회 부여를 통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문화를 정착하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조직 및 사업체계 개편은 외부 환경 변화에 더욱 신속히 대응하는 한편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이끌기 위한 차원”이라며 “현대차그룹은 고객의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고객 최우선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임직원 모두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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