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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사랑의 심리학 / 너새니얼 브랜든 지음, 임정은 옮김 / 교양인

“사랑은 우리의 능력으로 충분히 이룰 수 있는 꿈이다. 그러나 사랑을 지속하려면 먼저 사랑에 무엇이 필요한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로 자존감의 원리를 최초로 명확하게 규명해 ‘자존감 개념의 아버지’로 불리는 저자가 말하는 우리가 사랑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사랑이 너무 흔해진 시대, 하지만 한쪽에서는 연애의 불능, 사랑의 불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시대에 사랑을 들여다보게 한다.

사랑은 나와 상대를 둘러싼 모든 요소가 복합 작용해 시작되고, 지속되고, 깊어지고, 때론 끝을 맞기 때문에 사랑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우리의 삶을, 그리고 이 세계를 이해하는 길이다.

사랑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책은 ‘사랑의 역사’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흔히 사랑이라 부르는, ‘낭만적 사랑’은 긴 인류 역사에서 19세기 전후에 시작된, 겨우 200년 안팎의 역사를 지닌 최근의 일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사랑은 남성들만이 가능했던 정신적 사랑이었고, 고대 로마에선 연애와 결혼이 분리돼 있었다.

중세에 결혼은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한 제도일 뿐이라고 생각해 사랑은 가정 밖에서 찾았다. 궁정 연애가 유행했지만 세속적 사랑, 육체적 사랑을 죄악시하면서 이들의 연애는 정신적 사랑에만 머물렀다. 그 뒤 개인이 등장해 개인의 결정권이 커지고 가정이 중요해지면서 두 개인이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는 낭만적 사랑이 자리 잡았다.

우리는 왜 사랑하고 싶어 하는가. 저자는 인간의 기본 심리 욕구에서 찾는다. 생각이 비슷하고 가치관이 닮은 상대를 거울 삼아 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확인하고, 새롭게 관찰할 기회를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바로 사랑을 통해 자기 인식과 자기 발견의 욕구를 채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겪는 ‘첫눈에 빠지는’ 경험은 사랑하는 이를 만나는 순간 느끼는 미묘하면서도 강렬한 익숙함, 자기 안에 이미 존재하던 어떤 가능성이 실체가 돼 나타난 느낌이라고 했다. 이는 ‘삶의 감각’이 닮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존재와 삶을 바라보고 대응하는 태도, 현실과의 관계를 경험하는 정서적인 방식인 삶의 감각이 닮았을 때 우리는 나의 외부에서 나를 발견하는 인식의 충격에 휩싸여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다만 삶의 감각이 통하기에 사랑에 빠지지만, 동시에 연인들 사이의 차이점은 관계에 대한 위협이나 갈등이 아니라 서로의 성장을 위한 자극이라며, 이를 통해 더 깊은 진정한 사랑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저자는 결국 사랑의 출발점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거의 광고 카피만큼 통속화된 문구인데, 저자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스스로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상대의 사랑을 끊임없이 의심하다 결국 사랑에 실패한다는 뜻에서 그렇다고 했다.

이어 미성숙한 사람은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고 이기적인 사랑만큼 자신을 희생하는 이타적인 사랑도 위험하다며, 사랑은 성숙한 사람들이 평등하게 서로 이해하고 소통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지만 사랑을 통해 스스로 자기 삶을 돌아보게 한다. 1980년에 나온 책이지만 여전히 낡지 않은 생생한 메시지를 전한다. 번역본은 2008년 개정판이다. 328쪽, 1만5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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