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서둘지 않겠다는데
“불확실성 제거” 아전인수 해석

이달말 남북정상회담 개최 뒤
5·6월 트럼프 방한 추진할 듯

문재인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4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 계획을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12일 귀국 즉시 대북 소통 라인을 통해 북측과 접촉, 회담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다.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는 이달 말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직후 가진 현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조만간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관련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남북정상회담의 시기나 장소 등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미·북 대화 재개 의지를 확인하면서 4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담과 관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 제기된 여러 가지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살리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관계 개선이 비핵화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한·미 양국이 인식을 공유했다”며 한·미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남북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12일 귀국 즉시 남북 접촉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말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전후해 남북 정상회담을 열기 위해 시급히 대북특별사절단의 방북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어 5∼6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성사시켜 판문점 미·북 정상회담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 방한해줄 것을 초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초청에 사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 대해 “현 시점에서 우리는 빅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지금은 올바른 시기가 아니다”라고 못 박으면서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에 나설 유인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그것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적절한 딜(협상)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 =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유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