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방명록 보고 ‘엄지 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전 문재인 대통령의 방명록을 보고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짧은 만남’ 논란

참모 동석 소규모회담 28분
배석자 추가 확대회담 59분
靑 “소규모가 사실상 단독
중요한 얘기는 모두 오갔다”

회담 후 공동성명·발표 없이
양국 입장 개별 언론발표만

1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단독회담은 단 2분에 불과했다. 총 회담 시간은 116분이었다. 양 정상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에는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우리 정부가 구상하는 미·북 비핵화 해법인 ‘굿 이너프 딜(충분히 좋은 협상)’을 통한 연속적 조기 수확(early harvest)’ 방식은 이날 미국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시점에서 우리는 빅딜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고 분명하게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도 “올바른 시기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미 영빈관(블레어 하우스)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차례로 접견한 뒤 백악관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 문 대통령 취임 후 7번째, 지난해 11월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4개월 만의 만남이다. 트럼프 내외가 미리 나와 차에서 내린 문 대통령 내외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전날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숙소에 서명이 담긴 꽃을 보내기도 했다.

양 정상 내외는 백악관 오벌오피스(Oval Office) 단독회담을 열었다. 본래 단독회담은 양 정상이 배석자 없이 대화하는 형식이지만, 이날은 두 여사가 참석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청와대는 “한국 대통령 내외가 오벌오피스에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단독회담은 애초 두 여사가 기념사진을 함께 찍고 빠진 뒤 양 정상 간 15분가량 진행될 계획이었으나, 모두발언과 기자들의 질의·응답을 포함해 29분간 진행됐다. 이 중 모두발언과 질의·응답이 27분으로, 결국 양 정상이 배석자 없이 함께 시간을 보낸 것은 2분밖에 되지 않았다. 미·북 비핵화 합의가 교착 국면에 빠진 중대 국면에서 양 정상의 내밀한 대화가 이뤄질 물리적 시간이 없었던 셈이다. 지난해 5월 방미 당시에는 기자회견이 37분, 단독회담이 21분가량 진행된 바 있다.

단독회담에 이어 양국 핵심 참모가 참석한 소규모 회담과 확대 회담은 각각 28분, 59분씩 87분간 진행됐다. 예정 시간(75분)보다 12분 길어졌다. 소규모 회담에는 우리 측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조윤제 주미대사가, 미 측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배석했다. 확대 회담에는 김현종 안보실 2차장, 찰스 쿠퍼먼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 등 양국 외교·안보 핵심 관계자들이 추가 배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소규모 회담이 사실상 단독 회담”이라며 “소규모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하고 싶은 얘기, 중요한 얘기가 모두 오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선 공동성명이나 공동 언론 발표 없이 양국의 입장을 담은 개별 언론 발표만 나왔다. 문 대통령이 백악관에 머문 시간은 127분이었다.

워싱턴 = 김병채 기자 haasskim@,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