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강화는 안하지만 유지
인도적 지원엔 유연히 대응”
北과 대화 견인 모색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대북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당분간은 대북제재 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현 제재를 “적정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북한의 도발이 없다면 추가 제재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인도주의적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혀, 대북 협상에 이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유지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일부 제재 완화를 통해 남북경협을 모색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구상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개성공단 재개 및 금강산관광 재개를 논의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지금은 적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하면서 문재인 정부와의 입장 차도 그대로 드러냈다. 이 때문에 대북제재 완화를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다시 끌어내려던 문재인 정부의 복안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는 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신한반도 체제’를 언급하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직접적으로 배치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를 강화할 선택지’를 남겨두면서도 당장 제재를 추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북한의 향후 조치가 대북제재 강화 여부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에도 추가적 대북제재를 철회하도록 지시했다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은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계속 제재를 통한 압박을 가하면서도 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 궤도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것도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 유지 기조 속에서도 북한의 조치에 따라 제재가 완화·해제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안할 경우 제재 해제에 관한 논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이 오늘 정상회담의 우선적인 의제로, 우리는 그런 일이 발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남겨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완화로 남북경협 확대에 일부 재량권을 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지금 어떤 인도적 문제를 논의하고 있고, 나는 솔직히 이 논의가 괜찮다”면서 “한국이 북한을 식량이나 다양한 것들로 돕는 어떤 일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