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11일 워싱턴 정상회담은 당면한 대북 압박 공조는 물론 안보동맹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는 외교 격언처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 발표 거리를 만들어낼지 모른다. 그러나 외양보다 실질의 측면에서 볼 때, 비핵화 목표에만 일치할 뿐 방법론에서는 여전히 크게 달라 걱정된다. 문 대통령이 친북 성향의 김연철 통일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도 좋지 않은 신호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의 발표를 보면 정상외교의 장점을 살린 ‘허심탄회한 대화와 전략 논의’가 가능할지부터 의문이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9일 “약 2시간에 걸쳐 정상 내외 간 친교를 겸한 단독 회담과 핵심 각료가 배석하는 확대회담 겸 업무 오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임시정부 100주년 행사까지 건너뛰면서 ‘1박3일’ 일정으로 방문하는 것은 대리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담판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화 통화나 고위급 회담으로 가능하다. 그런데 진짜 ‘단독 회담’은 없고, 부인 동반 회담이 잡혔다. 그런 형식도 매우 이례적이지만, 통상적 안부와 가족 얘기 등을 하다 보면 정작 담판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통령 부인의 경우, 정부 보안업무규정상 국가 비밀을 취급할 자격도 없다. 1·2·3급 비밀 취급 대상은 법령으로 엄격히 제한돼 있다. 원천적으로 깊숙한 안보 사안들이 본격 논의될 수 없다는 의미다.

발표와 달리, 부부 동반 회담 이후에 별도 회담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시간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발상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 쌓기에 집중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가급적 독대 시간을 줄이려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워싱턴 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 회담에 앞서 취재진과 40분가량 장시간 문답을 했고,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선 “통역할 필요가 없다”며 일어서기도 했다. 이미 양국의 당국자와 전문가들이 이번 회담에 대해 조언했다. 북핵 폐기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기까지 결코 제재를 늦춰선 안 되며, 동맹 불신을 해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