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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없는데도 이례적 인기
조던 필 감독‘허 찌르는 반전’
탄탄한 연기에 코믹한 은유도

미국 할리우드 공포영화 ‘어스(Us)’가 깜짝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극장가의 대표적 비수기인 3월에 개봉한 데다, 톱스타가 출연하지 않는 장르물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 주 1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스크린 속 은유와 상징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줄거리를 더욱 곱씹게 하기 때문이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개봉한 ‘어스’는 1일까지 엿새간 누적 관객 100만9680명을 동원해 역대 외화 호러 중 눈에 띄는 흥행 기록을 달성했다. 개봉 첫 주말 3일(29∼31일)간은 흥행 1위였고, 북미 시장에서도 개봉 첫 주(22∼28일)간 1위에 올랐다.

제작비 2000만 달러(약 226억 원)의 중급 영화가 블록버스터 히어로물 이상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끈 건 감독의 전작부터 이어지는 독특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 허를 찌르는 반전, 섬세한 연출력, 배우들의 신들린 듯한 연기 덕분으로 풀이된다.

‘어스’는 여러 면에서 연출자인 조던 필 감독의 전작 ‘겟아웃(Get Out)’과 비교된다. ‘겟아웃’은 코미디 배우 출신인 필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었다. 미국 내 여전한 흑인 인종차별과 백인들의 배타주의를 기막힌 반전의 공포물로 변주해 충격을 줬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지만 한국에서의 반응이 유난히 더 좋았다. 국내에서 213만 관객이 봤고, 필 감독은 ‘어스’의 개봉을 앞두고 “‘겟 아웃’은 미국이 낳고 한국이 키웠다”는 말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조던 필의 한국식 이름인 ‘조동필’을 한글로 써놓기도 했다.

‘어스’도 기본적으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다. 여름휴가를 즐기던 평범한 흑인 가족이 자신들과 똑같이 생긴 사람들의 침입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기괴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날카로운 가위를 들고 흑인 가족을 위협하는 이들의 정체는 무엇이고 어디서 왔는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이 사건이 펼쳐지면서 하나씩 드러난다.

언뜻 황당하고 억지스러워 보이는 이야기는 마지막 반전에 이르러 관객을 놀라게 함과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원인 모를 살인이 이어지면서 ‘B급 호러’의 전형을 따라가는 듯 보이지만 엔딩을 보고 나면 앞의 장면을 되새기게 되는 매력이 있다. 마치 나홍진 감독의 ‘곡성’의 반전처럼 섬뜩하고 아득하다.

이는 필 감독의 섬세하면서도 코믹한 은유와 상징 속에 극대화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어릴 적 트라우마가 있는 애들레이드(루피타 뇽)가 공포에 질려 침입자들에게 “당신들은 누구인가”라고 물었을 때 “우리는 아메리칸”이라고 하는 대사의 뜻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영화 도입부에 왜 토끼를 오랫동안 보여주는지, 미국에서 1980년대 유행했던 ‘손에 손잡고’ 캠페인이 왜 등장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루피타 뇽을 비롯한 흑인 가족 4인의 연기도 나무랄 데가 없다. 서로 거울처럼 닮았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 연기로, 1인 2역을 한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대조적이다.

반전과 은유 때문에 다시 보는 관객이 제법 많다. 반전을 알고 난 뒤 매 장면 감독이 상징 속에 전하려고 했던 의미를 찾아내는 재미가 있어서다. 어쨌거나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종차별, 배타주의에 대한 풍자와 반성인 것 같다.

한편 필 감독은 SF의 클래식으로 최근 CBS가 다시 제작하는 ‘트와일라이트 존(Twilight Zone)’에 참여한다. ‘트와일라이트 존’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1980년대 중반 리메이크한 바 있으며 국내엔 ‘환상특급’이란 제목으로 방영됐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