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동성애 놓고 맞불집회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로 알려진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주말 동안 전통적 가족가치를 강조하는 극우 보수주의자들의 국제행사와 이에 항의하는 맞불집회가 열려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원수가 된 두 가문이 등장하는 작품에서처럼 도시 전체가 극단으로 갈라져 갈등을 빚었다는 평가다.

31일 CNN, 가디언 등에 따르면 30~31일 양일간 ‘사랑의 도시’로 유명한 베로나에서는 전 세계 극우정치인과 보수 사회활동가, 종교지도자 등이 모여 ‘반이민’ ‘동성결혼 반대’ 등의 기치를 높였다. 이번 행사는 미국에 본부를 둔 ‘세계가정회의’가 주최한 연례행사로 최근 몇 년간 구소련권에서 열렸지만 이번에는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의 후원 덕에 베로나에서 개최됐다.

이에 반해 베로나 시내 도로에서는 약 3만 명의 시위대가 모여 극우주의에 대한 배격과 낙태 등 여성권리 등을 주장하며 행진했다.

시위대는 이번 행사뿐 아니라 베로나가 ‘증오’의 온상이 돼 왔다고 비판했다. 베로나는 나치 점령기 정보기관 본부가 자리 잡았고 1970년대엔 극우 테러조직의 근거지가 되기도 했다. 현재도 이 같은 전통이 남아, 지난해 10월 페데리코 스보아리나 시장이 베로나를 ‘친생명(pro-life)’, 즉 반낙태 도시로 선언하면서 시의회가 반 낙태 프로그램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을 의결했다.

신파시스트 단체로 알려진 ‘카사 파운드’ ‘포르자 누오바’ 지도자들이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베로나에 본부를 두고 있다고 공식 확인하기도 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