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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청백리(淸白吏)의 대명사를 꼽으라면 황희 정승이 떠오른다. 18년간 최장수 영의정을 지낸 그의 청렴하고 곧은 품성이 드러나는 일화가 있다. 세종대왕이 백성들의 형편을 살피러 대궐을 나섰다가 황희 정승 생각이 나서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일국의 정승이 비가 새는 초가에 살면서 멍석을 깔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밥상에도 보리밥과 된장, 고추만 있어 세종은 그의 청빈한 삶에 감탄했다고 한다. 그는 관직을 떠나서도 흐트러짐 없이 검소하고 곧은 삶을 살았다. ‘관리는 오직 녹봉으로만 살아야 한다.’ 한평생 이 말을 몸소 실천해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

28일 정부 고위직 1873명의 재산 공개 결과 평균 재산이 12억 원에 달하고, 10명 중 7명의 재산이 1년 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 113명이 다주택자이고, 절반 이상이 1억 원 이상 재산이 늘어났다. 특히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 투기 방지 대책이 절정일 무렵, 재개발예정지에 16억여 원을 빚내 25억 원짜리 건물을 구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후대책’이라는 궁색한 변명에 말문이 막힌다. 앞에선 서민을 대변하고, 뒤에선 투기를 한 김 대변인의 두 얼굴이 가증스럽다.

27일 끝난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재산 증식 과정을 보면 더 기가 막힌다. 부동산 투기와 탈세 경연장을 보는 듯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6500만 원의 소득세와 증여세를 청문회 전날 납부했다. 장관 후보자가 되지 않았다면 탈세를 했을 것이 뻔하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도 부동산 투기로 16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역시 부동산 투기꾼 수준이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팍팍하게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국민 정서상 깊은 분노를 느낀다.

공직자는 국민의 혈세로 먹고사는 국가와 국민의 심부름꾼이다. 당연히 열심히 일하고, 근검절약해서 재산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공직자들의 재산증식 과정을 보면 불법과 비정상이 판친다. 비정상적인 재산증식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문재인 정권은 한 마디로 ‘내노남불(내가 하면 노후 대책, 남이 하면 불법 투기)정권’이다. 촛불 혁명으로 들어선 정권은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던 국민은 허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