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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병효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5G시대가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12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삼성전자는 21일 5G를 지원하는 신제품 스마트폰 갤럭시S10을 다음달 5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통신 3사도 서울 등 대도시에서 5G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일본·중국 등 IT 선진국에서도 5G 상용화 서비스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며 수년 내에 무선통신 시장의 주도권은 급속도로 5G로 넘어갈 것이다.

5G 기술의 큰 특징으로는 4G LTE보다 20배 이상 빠른 초고속 전송, 0.001초 이내에 정보를 전송에서 수신까지 가능하게 하는 초(超)저지연, 그리고 수십만 개 사물 디바이스의 접속을 보장해 주는 초연결성을 들 수 있다. 4G를, 신호등이 많고 주차 공간이 부족하고 좁은 차선으로 이뤄진 도시로 비유한다면, 5G는 차선이 크게 넓어지고 도로망과 신호체계가 효율적으로 구축된 미래형 신도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인프라가 잘 갖춰진 신도시에서 미래 지향적 산업 및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이 쉬울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5G는 미래 사회의 기술 혁신을 담아내기 위한, 잘 설계된 무선통신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4G의 보급과 함께 시작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의 산업 및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5G의 등장과 함께 크게 가속화할 것이다. 특히, 5G 기술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블록체인 등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 팩토리·농장, 가상현실, 원격 의료, 무인 배달, 클라우드 및 스트리밍 게임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 혁신을 촉진시킬 것이다.

5G의 도입으로 나타나게 될 혁신의 거대한 파도가 거세게 밀려오고 있다. 이에 따른 새로운 산업의 등장과 전통 산업의 쇠퇴라는 큰 흐름은 피할 수 없다. 인터넷 공룡인 아마존은 스마트폰 앱만 있으면 원하는 상품을 골라 복잡한 계산 절차 없이 구입할 수 있는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 점포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반대로,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강자인 시어즈, 베스트바이, 토이저러스 등은 파산하거나 규모가 급속히 작아지고 있다. 5G의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이라는 특성에 힘입어 확산되는 모바일화, 무인 자동화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카풀, 숙박, 사무 공간 등 소유 경제에서 공유 경제로 변환하는 트렌드 역시 5G의 도입과 함께 더욱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혁신은 창조적 파괴의 과정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치열한 경쟁 후에는 승자와 패자만 남게 된다. 이동통신의 세대 전환기마다 노키아나 모토로라 같은 전통 강자의 몰락과 애플이나 삼성, 화웨이 같은 신흥 강자의 부상이 있었다. 5G 서비스가 갓 시작된 지금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우리나라는 5G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필수 요소인 단말기, 기지국 장비, 망 운용 능력은 우수한 편이다. 하지만 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능력은 매우 부족하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과감한 상상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불필요한 규제는 발전의 걸림돌일 뿐이다. 규제 샌드박스 등의 새로운 맞춤형 정책 발굴, 신구 산업 간 갈등의 선제적 조정, 벤처기업 육성 및 생태계 조성, 5G 응용 서비스 창출 및 개발, 양질의 인력 양성 등 정부의 창의적이고 속도감 있는 노력이 절실하다. 5G로 시작되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잘 활용할 때 우리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고 IT 강국으로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