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 유족 등 7000명 참석
與 대표·원내대표 모두 불참
정당대표 참석자 황교안 유일

2002년 제2연평해전과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희생된 서해수호 55용사를 기리는 제4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이 전사자 유가족 등 7000명가량이 참석한 가운데 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참했고, 정당 대표 중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만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문 대통령을 대신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빈으로 참석했다. 최재형 감사원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등도 참석했다. 서해수호 유족들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베트남 출장을 이유로 불참한 데 이어 2년 연속 불참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2016년 1회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2회 행사에는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 대행이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3·4회 행사는 모두 이 총리가 참석했다.

이날 기념식 사회는 엄지인 KBS 아나운서와 함께 충북 옥천고 3학년 김윤수 군이 맡았다. 엄 아나운서는 “2018년 천안함 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우리 국민이 천안함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티셔츠를 만들어 그 수익금(330만 원)을 천안함 재단에 기부한 훌륭한 학생으로 대견한 일을 했다”며 김 군이 공동 사회를 맡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기념공연은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천안함 전사자 문영욱 중사의 사연을 소개한 뮤지컬 형식의 공연 ‘소년의 꿈’과 ‘서해수호 55용사 롤콜’(Roll Call·이름 부르기) 순서로 진행됐다. 롤콜에는 제2연평해전 전사자인 한상국 상사의 부인 김한나 씨, 천안함 폭침 전사자 이상준 중사의 모친 김이영 씨, 연평도 포격전에 참가한 송준영 예비역 소령 등이 참석했다.

이날 기념식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도 불참했다. 대신 윤호중 사무총장이 대표 대리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날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한 정당 대표는 황 대표밖에 없었다. 지난해에는 추미애(민주당), 홍준표(한국당), 이정미(정의당) 대표가 나란히 참석했다. 민주당에서는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과 윤 사무총장 등 5명의 의원만 참석했다. 한국당은 황 대표와 함께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김성찬 의원 등 8명이, 바른미래당에서는 국방위원장을 지낸 유승민 의원과 하태경·이준석 최고위원 등 6명이 자리를 지켰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6월 현충일 기념식에 참석한 뒤 천안함 폭침·제2연평해전 참사자 묘역 등을 참배하고 헌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55분의 호국영령의 명복을 빈다”며 “지난해 11월 서해를 방문했을 때 과거의 긴장이 많이 줄어들고 서해는 평화의 바다가 됐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현충일에 참배 계획을 잡고 있다고 밝혔지만 문 대통령에 이어 여당 대표도 기념식에 불참한 상황을 두고 안보 경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들에게 왜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것인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55명의 용사 이름을 호명하는 롤콜 행사를 진행하는 등 여권과 대비되는 행보를 보였다. 이날 한국당 의원들은 천안함 배지를 달았다. 한국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서해 수호의 날이 아닌 현충일에 굳이 참배하겠다는 것은 북한과 서해 평화 수역 등을 논의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병기·정충신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