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성인병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부추. 금방 잘라 향이 가득 담긴 부추를 많이 먹으려면 부추전이 역시 최고다. 부추전은 비 오는 날 많이 찾는 음식이기도 하다. 김선규 기자 ufokim@

부드러운 향·산뜻한 맛 일품
항산화작용·혈액순환에 좋아
민간요법 살균제로 쓰이기도

고명·속재료 등 다양한 쓰임새
육류 요리 먹을때 함께 먹으면
대사 원활해져 피로해소 효과
밋밋한 탕·국에 생동감 주기도

부추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경상도뿐만 아니라 충북과 충남 일부 지역에서는 ‘정구지’라는 이름을 쓴다. 정월부터 구월까지 계속 먹을 수 있다 해서 ‘정구지’라 부른다. 전라도에서는 ‘솔’이라 하고 충남 일부 지역에서는 ‘졸’이라 부른다. 경남 지리산자락에서는 ‘소풀’ ‘소불’로 부르고, 경기와 강원지역에서는 ‘부추’ ‘분초’ 등으로 불렀다. 제주도에서는 ‘새우리’라는 이름을 쓰는 점이 재미있다.

부추는 재생력이 좋아 한 해에 잎을 여러 번 잘라내도 금세 다시 새잎을 올리는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더위나 추위에 잘 견디고 한번 심어두면 같은 자리에서 몇 년을 무성하게 자란다. 푸르게 자란 부추는 수시로 수확의 기쁨을 안겨주면서 가족들의 건강도 챙겨주었다.

시골에서는 어머니들이 장독대 옆에 작은 남새밭을 일궜는데 부추는 꼭 부엌과 가까운 곳에 심어두었다. 재를 덮어쓰고 물세례를 받는 듯해도 부추는 안주인이 정성을 다해 정갈하게 가꾼 밭에서 곱게 자란다. 장독대를 오가며 연하고 맛있을 때 싱싱한 부추를 그때그때 잘라 밥상 위에 올렸다. 잘릴 때마다 포기 수가 늘어 땅에 연필을 꽂아둔 것처럼 빽빽해지면 포기를 나눠 다른 곳에도 옮겨 심는다.

부추는 파, 쪽파, 마늘, 양파, 달래와 같은 파 속(屬) 식물인데 황 화합물에서 나오는 독특한 향이 있다. 황 화합물을 만들어 보관하는 이유는 외부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식물의 지혜다. 요리를 위해 재료를 칼로 자를 때 황을 포함하고 있는 메티인(methiin), 알리인(alliin), 아이소알리인(isoalliin) 같은 물질이 세포 안에서 흘러나온 분해 효소와 작용해 독특한 향기를 뿜어낸다. 파 속 식물이 비슷한 듯하면서도 각기 다른 향을 갖는 이유는 황 함유 물질의 종류나 양이 식물마다 서로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부추에는 메티인이 가장 많고, 알리인, 아이소알리인도 모두 갖고 있어 다른 채소와는 구별되는 부추만의 특색이 있다.

부추는 몸에 좋은 채소다. 부추에 많이 들어 있는 황 화합물이 이로운 효과를 낸다. 항산화작용, 동맥경화와 암을 예방하는 등 파 속 식물이 주는 유익한 작용은 잘 알려져 있다. 혈관을 넓혀주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혈액순환이 좋아지면 차가운 몸이 따뜻해지고 신체기능이 원활해져 면역기능도 좋아진다. 부추는 민간요법으로 한국인의 건강을 지켜준 채소였다.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해 전해 내려오는 조상들의 지혜였다. 속병이 나거나 배탈이 났을 때도 썼고, 코피가 났을 때 어머니는 아이에게 부추 생즙을 짜서 마시게 했다.

한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면 지치고 입맛이 없어지는데, 이때 어머니가 끓여주는 부추를 넣은 된장죽을 땀을 뻘뻘 흘리며 먹고 나면 기운이 났다. 부추 삶은 물은 살균제로도 쓰였다.

이렇게 몸에 유익한 채소지만 부추는 오래 보관할 수 없는 단점이 있어 냉장고에서 버려지는 일이 있다. 부추는 조직이 약해 그대로 종이에 잘 싸서 냉장 보관하다가 사용 직전에 씻어 쓴다. 그때그때 먹을 만큼만 장만해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너무 많이 남아 있거나 3일 이상 보관하려면 씻고 다듬어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부추를 씻을 때는 잎이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이미지 크게보기

농협유통 농산팀 윤경권 팀장을 통해 부추 고르는 법을 알아봤다. 시들지 않고 잎끝까지 싱싱한 것을 고른다. 수확한 지 오래되지 않은 것은 자른 끝부분이 희고 윤기가 있다. 색은 선명하고 진한 담녹색인 것을 선택한다. 잎은 깨끗하고 곧게 뻗어 있는 것이 좋다.

부추는 기본적인 재료와 잘 어울리며 음식에 들어가도 그 맛을 해치지 않는 착한 식재료다. 주재료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부재료로 쓰일 때는 맛을 상승시키며 다른 재료를 더 이롭게 만든다. 비타민 B1이 많이 들어 있는 육류 요리를 먹을 때 부추를 함께 먹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이다. 황 화합물과 결합한 비타민 B1은 세포막 통과가 더 쉬워지고, 흡수된 비타민 B1으로 탄수화물 대사가 원활해져 피로 해소에도 좋다. 기름과 어우러질 때 부추의 맛과 향은 더욱 살아난다. 부추는 비타민도 풍부한데 기름은 지용성 비타민을 녹여 흡수를 돕는다.

부추는 팔방미인이다. 고명부터 속 재료까지 널리 쓰인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싱싱함을 자신 있게 드러내는 고명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고기만두나 부추빵 안으로 숨어 들어가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하는 속 재료가 되기도 한다. 날것은 물론 익힌 것도 좋다. 김밥 재료에 쓰는 녹색 채소를 부추로 바꾸면 독특한 향과 맛을 살린 맛있는 김밥을 만들 수 있다.

부추에는 맛과 멋이 담겨 있다. 부추잡채는 부추 맛을 즐기기에 좋은 요리다. 기름을 두르고 약하게 가열해 적절하게 숨죽은 부추는 본래의 향과 함께 부드러운 식감을 갖는데 꽃빵과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

멸치액젓에 무쳐 부추김치를 담고 남은 것은 밀가루와 튀김가루를 섞어 전으로 부친다. 부추전은 금방 잘라 향이 가득 담긴 부추를 많이 먹을 수 있는 요리다. 특히 비 오는 날에 먹는 부추전은 몸과 마음을 다 살려내는 최고의 음식이다. 김치와 반반 섞어 예쁜 부추김치전으로 먹으면 색감도 좋다. 오징어나 조개류를 다져 넣으면 더 맛있다. 요리하는 기쁨과 먹는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어 더 좋다.

부드러운 부추는 나물로 만들어 반찬으로 먹는다. 부추가 억세지는 가을에는 조선간장을 부어 부추장아찌 밑반찬을 마련해둔다.

부추는 식욕을 돋게 하고 향기만으로도 좋은 기운이 샘솟게 한다. 부추의 인기 비결은 파와 마늘처럼 강하지 않지만 두 가지 특성을 조화롭게 간직한 부추 특유의 부드러운 향과 산뜻한 맛에 있다. 알싸하고 향긋하며 건강해지는 맛이다. 그래서 여기저기 섞어 먹기에 좋다. 된장찌개나 국물 요리에 넣으면 건강하고 깔끔한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다. 부추는 기름진 음식과 함께 먹으면 느끼한 냄새도 잡아줘 덜 물리게 먹을 수 있다.

부추는 색깔로도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초록색이 밋밋한 요리에 생동감을 준다. 탕이나 국에 넣는 부추 한 줌은 자연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건강한 선물’이다. 육류를 초원의 부드러움으로 바뀌게 한다.

바질 대신에 부추로 페스토(pesto)를 만들어 드레싱으로 활용해도 좋다. 부드럽고 연한 녹색이 식욕을 자극하고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부추는 계란과도 잘 어울린다. 계란국을 만들 때 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풀어 넣으면 색상이 잘 어울리는데 여기에 부추까지 넣으면 세 가지 색깔의 조화가 음식을 더 맛깔나게 만든다.

신구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