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송재우 기자 jaewoo@

항공모함 증강 논란 확산

트럼프 11척서 1척 추가 주장
해군 지도부 2척 더 건조 추진
매티스 前장관측 “현재로 충분”
“잠수함·군사 AI 개발 투자를”

2년전 제럴드 R 포드 항모 도입
경쟁국 제압 큰 효용가치 평가
장거리 미사일 등 공중전 중심
전쟁양상 변화탓 비효율 시각도

‘과연 항공모함(aircraft carrier·항모)의 시대가 저물까.’ 움직이는 해·공군기지로 전 세계를 활동무대로 삼는 막강한 미국 군사력의 상징과도 같았던 항모의 효용성에 대한 찬반 격론이 미군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다. 항모 숫자가 곧 군사력의 척도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해군 측 견해에 대해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등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군사위성 등 비대칭무기 발달로 항모의 시대가 끝났다는 주장이다.

◇미국 항모, 11대에서 12대로 는다 = 7일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해 말 매티스 장관과 해군 지도부가 항모 추가 건조 여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해군 지도부는 240억 달러(약 27조960억 원)를 투입해 제럴드 R 포드급 항모 2척의 추가 건조를 추진했고, 몇몇 의원도 항모 한 척을 추가해 미 해군이 총 12척의 항모를 운용토록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지지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현재 항모 11척을 포함, 285척의 함정을 보유한 미 해군 규모를 항모 12척, 전체 함정 355척으로 증강하자는 주장이다.

반면 매티스 장관 측은 이 같은 해군력 증강이 큰 의미가 없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ICBM, 군사위성 등이 보편화하면서 더 이상 항모 전단 운용이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항모의 미래를 놓고 마치 ‘작은 내전’을 방불케 하는 격렬한 논쟁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논쟁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들어준 해군의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시리아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활약한 니미츠급 항모 해리 트루먼호의 중간 연료공급을 연기해 예산을 일부 절약하기로 합의했다고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핵추진 항모의 연료공급을 제때 하지 않으면 내부 핵분열물질이 고갈돼 재가동이 불가능한 만큼 사실상 퇴역을 의미한다. 미국이 최근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철군을 서두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국방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운용비용 절감 등 핵추진 항모 한 척의 연료공급 연기로 절약되는 비용이 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최신 항모로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 상징 = 2017년 최초로 취역한 제럴드 R 포드급 항모의 추가 건조는 경쟁국들을 상대로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효용가치로 꼽힌다. 중국이 랴오닝(遼寧)호를 시작으로 항모 건조, 취역을 계속하고 있고 러시아 등 다른 군사 강국들도 있는 만큼 미국이 항모 숫자를 늘려 군사력의 양과 질 모두 앞서 있음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제럴드 R 포드급 항모는 기존 니미츠급과 다른 전자터빈 방식의 A1B 원자로 2기를 탑재했다. 크기는 기존 니미츠급에 탑재된 A4W 원자로보다 더 작지만 열출력은 40%, 전기출력은 4배나 증가했다. 이를 통해 전투기를 이륙시키는 사출기(catapult) 성능을 훨씬 높였고 착륙하는 함재기를 잡아주는 어레스팅 기어(AAG)도 최신형으로 교체해 기존 니미츠급 항모보다 약 30%나 많은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증기식 터빈을 전기식으로 교체하면서 소음도 줄어 적 잠수함에 탐지돼 어뢰 공격 등을 받을 확률도 대폭 낮아졌다. 여전히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항모를 건조 중인 중국과 비교할 수 없다. 2013년 러시아는 중국이 제럴드 R 포드급 항모 한 척을 격침하려면 해군력의 40%를 소모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또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승무원이 5500명 이상 탑승해야 하는 기존 항모와 달리 4000여 명만으로 완전한 항모 운용 및 작전 수행이 가능해졌다.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항모 유지비 역시 니미츠급보다 훨씬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20~30년 뒤에도 항모가 유효할지는 의문 = 그러나 매티스 전 장관 등 일부 군사전문가는 항모 숫자로 미국의 군사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입장이다. 새로 건조되는 항모 2척은 각각 2027년과 2030년 취역할 예정이고 주력으로 활동하는 시기는 2040년대가 되는 만큼 그때도 항모 전단 중심의 전력이 유효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브라이언 맥그래스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은 미 해군과 트럼프 대통령의 항모·함정 증강계획을 ‘근시안적’이라고 단언했다. 비행 활동 및 공중전을 제대로 치를 생각이라면 항모를 띄우기보다 전장까지 날아갈 수 있는 제대로 된 공군기지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국방부 내에서도 해군과 달리 국방예산의 상당 부분을 항모 대신 잠수함이나 초음속무기, 사이버전 능력, 인공지능(AI)의 군사적 활용 등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매티스 전 장관 후임인 패트릭 섀너핸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항모 확대 정책에 강하게 반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 항모 건조를 위해 트루먼호의 중간 연료공급을 연기하면서 오히려 해군력 공백을 가져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 항모가 진수되는 것은 2027년부터인데 트루먼호의 사실상 퇴역으로 한동안 미국의 항모 숫자가 10대로 운용되는 상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관련 방산업체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2014년 조지 워싱턴호의 연료공급이 연기됐을 때 해당 작업을 하는 헌팅턴사는 직원 1200명을 감원하는 등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미 하원은 오는 11일 최신 항모 2척의 건조와 관련한 예산 승인을 앞두고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