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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전국부장

1965년생인 윤응진 씨는 농고를 졸업한 뒤 젖소 농장에서 일한 2년과 군 생활을 빼곤 줄곧 금강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다. 벼농사를 하면서 비닐하우스 오이 농사도 했고, 돈벌이가 나을까 싶어 농기계 수리업에 손을 대기도 했다. 지금은 8000여 평 벼농사에 축산 폐수 운송업을 하며 여전히 금강을 끼고 살고 있다. 마을 이장도 맡고 있다. 곰나루 여느 농부로 살던 그가 요즘 떴다. 정부의 공주보 철거 방침에 대해 “24조 원짜리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을 하는 정부가 1년에 2억 원꼴로 손해가 난다고 보를 철거한다는 건 코미디 아녀”라는 말 때문이다. 평생 금강에서 산 그가 보기에 보 철거 방침은 엉터리이기에 한 말인데, 정부의 허를 찔렀다며 SNS 등에서 유행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는 거창한 이론과 동의하기 힘든 복잡한 비용편익(B/C) 분석을 들이대며 보 철거가 옳다고 하지만, 2012년 공주보 건설 이후 가뭄 때나 홍수 때나 물 걱정이 없이 살았던 그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얘기다. 공주보 위에 다리가 생기면서 4㎞ 이상 빙 돌아가던 공주 시내도 금방 갈 수 있게 됐다. 갈수기 때 도랑 같았던 금강은 보가 만들어진 뒤 물이 풍부해지면서 깨끗해졌다. 매년 가을 보 상류에서 돛배와 유등(流燈)을 띄우는 축제도 좋았다. 그런 윤 씨에게 금강에서 살아 본 적도 없는 평가 위원들이 3개월 만에 멀쩡한 공주보를 없애야 한다고 결론을 낸 것은 기가 찰 노릇이다. 공주보 개방 이후 주변 소 축산 농가에서는 지하수가 나오지 않아 상수도를 끌어다 소에게 먹이는 곳도 있다.

윤 씨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더불어민주당 당원도 했다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적도 있다. 동년배인 민주당 소속 김정섭 공주시장과는 친구 사이다. 그는 공주보가 철거될 처지에 놓인 것은 보가 이전 정부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윤 씨의 마음은 지난 주말 찾은 공주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공주보와 공산성, 공주고, 공주시청 등 공주 시내 주요 지점에는 ‘농사지을 물도 없고, 가축 먹일 물도 없다’ ‘공주보 해체하는 환경단체부터 폭파하라’ ‘물 부족 대책 없는 보 철거로 우리 농민 다 죽는다’ 등 펼침막이 붙어 있었다. 펼침막을 내건 사람들은 지역 주민부터 의용소방대, 초등학교 동창회, 공주고 동기회, 시설작목반, 우드볼협회 등 다양했다. 홀대론이 나올 만한 분위기다.

민심은 천심이고, 민심과 싸워 이긴 정부는 없다. 박근혜 정부도 최순실 사태 때 민심을 따라가지 않고, 싸우려 했다가 촛불에 폭망했다. 자영업자와 20대가 현 정부에 등을 돌리는 것은 “신세 한탄하지 말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 가라” “20대는 민주주의 교육을 잘못 받았다”는 등 민심을 읽지 못하고 엇박자를 낸 잘못이 크다. 환경론자와 당파성을 띤 전문가들이 환경 포퓰리즘에 빠져 지역 사정을 무시하고 왜곡하면서 공주보 철거를 결정했다는 게 공주 민심이다. 시장에서 손님과 물건값을 흥정하다 맘에 안 들면 “냅 둬유. 집에 가져가 개나 주게유”라고 말하는 사람이 충청도 사람이란 말도 있다. 한번 돌아서면 되돌리지 않는 게 충청 민심이다. 지금 금강이 그렇다.

yb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