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악의 미세먼지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실효성조차 의심스러운 뒷북 대책을 허겁지겁 내놓고 있다. 수도권과 세종·충청 지역에 사상 최초로 연속 6일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6일 발령됐으나, 문 대통령은 5일째에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긴급 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비상한 시기에 비상한 조치는 정부의 책무”라며 “어린이집·유치원에 대용량 공기정화기를 빠르게 설치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 방안을 강구하라”고 했지만, 시민들의 ‘미세먼지 공포’가 잦아들지 않는 이유다.

많은 국민이 “정부가 하는 일이라곤 안전 문자 보내는 것 말고 뭐가 있느냐”고 개탄하고 있다. 오죽하면 어느 시민은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을 공약한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할 수만 있다면 아이들 대신 미세먼지를 다 마시고 싶다”고 발언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며 “이 심정은 어디 갔느냐”고 반문하겠는가. 이낙연 총리가 이날 국무회의에서 뒤늦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통렬한 반성이 필요” 운운한 것도 유체이탈 화법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22일 문 대통령이 ‘인공 강우’를 언급하자, 환경부와 기상청은 구름이 많은 강원도 평창에서 가뭄 대책의 일환으로 예정했던 실험을 엉뚱하게 맑은 하늘의 서해로 옮겨 25일 예정된 실패를 자초했다. 그런 식은 미세먼지 재앙을 더 키우게 마련이다. 중국발(發) 대기 오염이 심각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만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인 에어비주얼의 도시별 ‘공기질(質)지수’에 따르면, 5일 오후 5시 기준 서울(188)과 인천(180)이 세계 1, 2위로 나빴다. 베이징(45)은 58위였다. 실효성 있는 대책의 유·무(有無) 차이다. ‘쇼’ 아닌 전방위(全方位) 실질 대책이 절박하다. 미세먼지 발생이 거의 없는 원전(原電)을 되레 축소·폐기하는 반(反)청정에너지 정책인 탈(脫)원전의 미신(迷信)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