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환경·에너지법정책연구

“대기法보다 유의미한 조치없어
미세먼지유발땐 손배 인정해야”

5일 사상 처음으로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는 등 연일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도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와 토론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발 미세먼지의 국내 유입을 막을만한 대책이 없는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유인호 유인호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2월 펴낸 환경·에너지 연구총서 14권에서 ‘미세먼지 시대의 환경·에너지 법정책’ 논문을 통해 “(미세먼지법이) 미세먼지 문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국외 요인, 즉 중국발 월경성 미세먼지에 관해 어떠한 유의미한 내용도 없다”면서 “중요한 국외배출 요인에 대해 침묵할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외교적·국제법적 방안들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 변호사는 “미세먼지법의 가장 큰 문제는 종래 대기환경보전법상의 규제와 비교해 어떠한 유의미한 조치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정책에 필요한 재정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서울에 8619개소 어린이집(2018년 3월 기준)이 있는데, 도시대기측정망이 505개 정도(2019년 기준)밖에 없어 정확한 맞춤형 예보가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간이측정기나 이동측정차량을 이용한 학교별 일일공지 시스템은 민감계층의 보호라는 정책 목적에 비춰 매우 부족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변호사는 같은 책자에서 ‘손해배상 청구를 통한 미세먼지 배출 억제’란 제목의 논문을 게재,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면 손해 배상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나 선례가 있다면 미세먼지 발생 억제라는 일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입법이 없더라도 국민이 국가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가 의무를 불이행하는데 입법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다툴 수 없다면 매우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그간 미세먼지 배출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해왔다. 미세먼지 배출과 원고들의 천식 및 호흡기 질환 발생 간 인과관계, 환경권에 의한 사법상 권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