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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차 대부분 생계형 화물차
감축 로드맵은 언급조차 못해
저유황탄 사용, 근본대책 아냐
가로막힌 원자력 발전이 대안

‘中·경유·석탄탓’단순화 말고
정책 수정 필요성 등 인정해야

연일 계속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국민 생활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면서 정부의 ‘탈(脫)원전’ ‘친(親)서민’ 정책과도 충돌하고 있다. 정부가 제대로 된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5일 비상저감조치를 취하면서도 근본적인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고 문자 등으로 일관해 대정부 여론이 악화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노후 석탄발전 가동 중지에 이어 ‘저유황탄’ 사용을 통해 유해한 황산화물(SOx) 저감책까지 내놓을 계획이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미세먼지의 원인을 ‘중국’ ‘석탄’ ‘경유차’로 보고 있지만,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선 외교적 문제, 환경 당국의 협상력 부재로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또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 등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석탄 발전을 줄이기 위해선 미세먼지 ‘제로(0)’인 원자력 발전이 대안이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가로막고 있다. 경유차 저감 조치도 경유차 대부분이 화물차이고 서민들의 생계수단이란 점 때문에 정부는 예고된 ‘경유차 감축 로드맵’을 언급조차 못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같은 이유로 경유세 인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전환을 요구하는 것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시행에 따라 구성된 미세먼지특별위원회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국민은 미세먼지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며 “우리 국민 스스로 심각성을 인식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등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정부가 미세먼지 원인을 중국, 경유, 석탄화력으로 단순화시켰다”며 “영역을 넘나드는 넓은 시각과 이해력을 갖춘 전문가들이 필요하고, 그들의 의견을 정부가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탈원전 등 무리한 정책의 수정 없이는 당면한 미세먼지에 대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정부가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세계 기상정보를 보여주는 비주얼 맵 어스널스쿨(earth nullschool)로 확인한 5일 오전 한반도의 초미세먼지 대기상황이 ‘매우 나쁨’을 의미하는 붉은색으로 뒤덮여 있다. 어스널스쿨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