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교육감賞 홍수민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빠. 생각만 해도 울컥울컥 감정이 복받쳐 오르게 하는 우리 아빠. 난 항상 울지 않고 강하게 살겠다고 다짐해왔는데 밤에 자는 아빠 모습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나려고 그래. 엄마 없이 자라게 해서 미안하다며 항상 몸을 아끼지 않고, 심지어 뼈가 부러져도 나와 오빠를 위해 헌신해주는 아빠가 있었기에 내 세상은 무너지지 않았고, 더더욱 성장할 수 있었던 거니까. 그래서 난 아빠를 잃는 게 너무 두려워.

생각해보면 아빠는 참 여러 번 내 세상을 구해줬어. 다섯 살 때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날 태우고 가던 구급차를 다른 차가 뒤에서 들이받았을 때 온몸으로 날 감싸고 나보다 더 큰 후유증에 아직도 시달리고 있을 정도로 다치기도 했고, 별별 이유로 고모들한테 혼나는 날 감싸주다가 대신 혼나기도 했고, 여러 가지로 방황하는 날 부족함 없이 자라게 해주고픈 마음에 열심히 일만 하다가 입원도 몇 번이나 해봤고…. 하나하나 회상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건데, 내 세상을 구해줄수록 아빠의 세상은 망가져 간다는 걸 나는 왜 몰랐을까. 철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깨닫는 것 같아.

어느 날은 내가 아빠한테 차 한잔 우려주면서 그랬잖아. 철이 들어가면서 아빠랑 함께하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걸 자각했다고, 더 늦기 전에 더 다양한 차를 아빠한테 대접해주고 싶다고, 아빠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아빠한테 더 잘해야겠다고 말이야. 그때 아빠가 나한테 한 대답 기억해? 어차피 사회에 나가면 난 억지로라도 철이 들 거고, 힘든 일도 많아질 테니까 아빠가 살아있을 때 적어도 아빠 앞에서만큼은 철없는 공주로 지내 달라고 그랬잖아. 솔직히 나 그 말 들으면서 울 뻔했는데 혀 씹으면서 참았었다?

아빠는 나한테 항상 그랬어. 아빠 힘닿는 데까지는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주겠다고, 아빠가 몸 다 버려가면서까지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그거라고, 그러니 난 걱정하지 말라고 말이야. 솔직히 말하면 편하고 좋은데 그래서 싫어. 이왕 지원해주는 거 더 팍팍 밀어줘서 내가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확실히 깔아줬으면 좋겠고, 한편으로는 아빠의 인생을 내 편의보다는 단순히 아빠의 행복을 위해 사용했으면 좋겠거든. 근데 내가 이렇게 말해도 아빠는 내 말 안 듣고 힘들게 일하러 나갈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하나는 꼭 약속할게. 내게 쏟아붓는 아빠의 인생이 헛된 노력이 되지 않도록 내가 더 열심히 할게.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항상 내게 넘치는 사랑을 쏟아줘서 너무 고마워, 아빠. 이젠 내가 보답할 차례라고 생각해.

눈물 나게 고맙고 미안한 아빠. 나는 아빠를 정말 많이 사랑해. 우리 이제부터라도 많이 웃자. 우리 너무 웃을 틈도 없이 바쁘게 살아왔던 것 같아. 이젠 웃을 여유도 생겼으니 나랑 같이 많이 웃자. 그리고 우리 행복하기만 하자. 알겠지? 아빠, 내가 정말 많이 사랑해. 아빠의 영원한 공주로부터.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