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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가보지 못한 길’ 경제정책에
소득·고용·자영업 쑥대밭
우량기업도 治水시설도 파괴

公正 강요에 기업 의욕 꺾이고
신산업은 F학점으로 뒤처져
유무형 인프라 속속 무너진다

문재인 정부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져만 간다. ‘가보지 못한 길, 그러나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을 가겠다지만, 가서는 안 될 길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진보든 보수든 정부가 할 일은 분명하다. 국가의 인적·물적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성장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방법론은 혁신이다. 문 대통령도 “혁신이 있어야 경제 역동성을 살리고, 저성장을 극복할 돌파구를 열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기를 맞은 글로벌 화두는 ‘파괴적 혁신’이다. 기존 문법을 깨는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가진 나라·기업만이 산업 변혁기에 살아남는다. 그러나 ‘문재인 혁신’은 창조적 파괴가 아닌 자해적(自害的) 파괴로 잘못 흘러가고 있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2080억 원 영업손실을 낸 건 예고된 참사다. 한전은 2016년 12조 원 넘게 영업이익을 낸 우량 공기업이자,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이다.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영업이익이 5조 원 아래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발전단가가 2배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등으로 대체한 게 주 이유다. 올해 예상 손실은 2조4000억 원으로 더 벌어진다. 대통령 공약인 ‘한전 공대’ 짐도 떠안았다. 문 정부가 임기 중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못 박았으니 한전의 골병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원전 기자재를 만드는 두산중공업도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원전 전문인력의 해외 이탈 또한 심각하다. ‘21세기 불가사의’라는 문 정부 탈원전이 우량기업들을 추락시키고, 원전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한전 실적이 나온 22일 정부는 금강·영산강의 3개 보(洑) 해체를 발표했다. 철거론자를 환경부 장관에 앉힐 때도 설마 했지만, 보란 듯이 해치웠다. 4대강 사업에 일부 하자가 있다 해도 홍수·가뭄 예방 효과가 확인된 치수(治水) 시설이다. 인근 농민도 반대한다. 주변 정비까지 포함해 보 하나에 수천억 원이 들었고, 해체 비용 역시 세금이다. 유리한 근거만 골라 폭파를 강행하는 배경엔 전 정권을 향한 복수심이 어른거린다.

경제학자들도 어리둥절했던 소득주도 성장은 우려했던 것 이상으로 경제 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은 일자리부터 없앴다. 첫해부터 외환위기 수준의 고용재난이 이어졌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 고용 비용이 늘면 저숙련 근로자부터 시장에서 쫓겨난다는 진실을 외면한 결과다.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소상공인들도 폐업 위기에 몰렸다. 그 여파로 문 정부가 지갑을 불려준다던 서민들의 소득 기반은 거꾸로 파탄 났다. 파산 신청도, 보험을 깨는 사례도, 상가 공실률도 사상 최고 기록을 쓰고 있다. 당황한 정부가 세금으로 무마에 나섰지만, 월급 대신 배급을 받는 경제가 정상일 리 없다. 오히려 세금을 더 걷어가면서 세금 퍼주기와 세금 폭탄의 악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저소득층 비명이 커지자 문 정부는 상시적인 빚 탕감 프로그램까지 동원했다. 성실 납부자를 좌절시키고, 신용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포퓰리즘이다. 어설픈 정책 하나가 경제 질서를 전방위로 파괴하고 있다.

국가의 성장 엔진인 기업은 ‘공정’의 덫에 빠졌다. 임기 초 적대적 기업관을 숨기지 않았던 문 정권이 기업들과 스킨십을 늘리는가 했더니, 다른 한편에선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을 패스트트랙으로 정해 강행할 태세다.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노출시키고, 기업 경영의 손발을 묶는 독소 조항이 담긴 법안이다. 투자·고용에 써야 할 돈을 경영권 방어에 허비하게 하는 하책이다. “공정은 혁신의 기반”이라는 문 대통령의 시각부터가 비현실적이다. 혁신으로 이끄는 것은 공정이 아니라 경쟁이다. 공정을 앞세우면 야성적 충동도, 창조적 파괴도 들어설 여지가 없어진다. 세계 최대 IT전시회 CES를 주관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평가에서 한국은 차량공유에선 F, 숙박공유에선 D학점을 받았다.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공유경제·원격진료 등을 두고 “이해관계자의 대타협이 우선”이라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말에 신산업이 지리멸렬한 이유가 숨어 있다.

문 정부는 불법 시위자를 대거 포함한 3·1절 특사로 법치마저 허물었다. 역동성을 키울 혁신은 찾아볼 수 없는데, 편협한 공정·정의에 국가의 유무형 인프라는 속속 파괴되고 있다. 이 정부의 무단질주가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