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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꼭 1년 전인 2018년 2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경수 의원과 마주했다. 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그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얘기 좀 나누고 싶다”며 대화를 제의하면서 이뤄진 만남이다. 드루킹 수사와 지방선거 출마 결정 등 여러 정치적 상황이 맞물려 있던 시점이었다. 김경수는 끊임없이 문재인 대통령을 대화 속으로 불러들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문재인 정부의 성공만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대통령의 생각을 잘 알고 있는 내가 지방선거 출마로 중간에 의원직을 그만두면 누가 국회에서 청와대와 여야 간 가교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경남지사 출마라는) 이 잔을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댓글 조작 의혹을 경찰에 고발하는 자충수를 둔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경찰 사이버수사대가 느릅나무 출판사를 압수수색 하고 드루킹 일당 3명을 체포했던 당일인 3월 21일 서울 마포의 한 식당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여전히 자신의 안위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앞날을 걱정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 운영의 성과를 내려면 당·청 연결고리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당으로부터의 출마 압박이 점차 강해지던 3월 31일 그는 전화통화에서 지방선거 출마 쪽으로 기울게 된 심경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하니까요. YS(김영삼)의 3당 합당 이후 실종된 지역 정치를 부활하려면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내가 나서야 한다는 요구를 뿌리치기 어려웠습니다.”

정치권에서 그는 “친문(친문재인)의 유산을 가장 많이 물려받은 사람” “언제든 자신보다 보스가 우선인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여당의 한 중진은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 가운데 친문으로 평가되는 두 사람, 유시민과 김경수의 차이를 이렇게 말했다. “둘 다 대통령과 가깝지만, 유시민은 자기 정치 하는 스타일이고 김경수는 보스가 먼저인 사람이다.” 김경수가 국회의원직에 강한 미련을 가졌던 것도, 거꾸로 지방선거 출마를 결심했던 것도 보스의 정치적 이상을 완결하려는 차원이었다. 그는 국회와의 관계 악화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 방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국정 성공을 위해서는 야당과 연정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조작 의혹을 받는 드루킹 대선 댓글 공감 조작은 8840만 건이다. MB 국정원 댓글 41만 건의 200배가 넘는다. 문재인은 김경수를 “내 영혼까지 아는 사람”이라고 표현했었다. 김경수는 드루킹 댓글이 유포되던 대선 기간 문재인 캠프의 대변인이자 그림자이며 분신이었다. 그런 김경수에 대해 재판부는 ‘드루킹을 통해 2017년 대선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주도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얻었다’고 적시했다. 대통령의 측근이 선거 부정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읽힌다. 더군다나 드루킹에게 김경수를 소개해준 이는 문재인의 오랜 ‘문고리’ 역할을 한 송인배였다. 김경수가 법정 구속되자 민주당은 재판부 탄핵을 운운하고 토크쇼까지 열어 석방 여론을 일으키고 있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꿰던 복심이 감옥에 가 있는 게 못내 찜찜한 것이다. 드루킹 사건이 정권의 숨겨진 뇌관이 될지 모를 일이다.

mins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