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2일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철거를 제안한 세종시 인근 금강 세종보에 철거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 洑인근 주민들 분노 확산

“농업용수 끌어오기 힘들텐데
환경단체가 적폐세력 몰아가”
세종·나주시도 “대책 마련을”

“문재인 정부가 ‘사람이 먼저’라더니 농민은 안중에도 없고 환경단체만 보이는 모양입니다. 농민은 사람도 아니라는 것인지…”

25일 충남 공주시 우성면 금강 공주보 주변 농민들의 표정은 분노와 수심으로 가득했다. 성난 농심은 급기야 대정부 투쟁으로 이어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지난 22일 공주보에서 상부 교량 기능만 남기고 하부 보 구조물을 철거한다고 발표하자 이 지역 주민들은 “설마 했는데 우려했던 일이 드디어 터졌다”고 탄식했다.

이들은 “농민들에게 물은 환경 문제 차원을 넘어 죽고 사는 생존의 문제인데, 이런 중차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강을 끼고 사는 지역 농민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한 채 환경론자와 외지인, 공무원들의 탁상공론에 따라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정부 결정을 비판했다. 또 “국가정책을 결정하면서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결정해도 되는지 의문이고, 마치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는 광경을 또 보는듯하다”고 혀를 찼다.

농민들은 당장 보 해체로 강 수위가 낮아지면 용수 의존도가 높은 지하수와 주변 지천 수위도 함께 낮아지면서 농사짓기가 어렵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공주시 우성면에서 오이를 재배하는 박모(76) 씨는 “보 해체로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면 농민은 수천만 원의 비용을 들여 더 깊은 관정을 파야 하는데 정부는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고, 환경단체는 농민을 거짓말하는 적폐 세력 취급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지역 축제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백제문화제의 하이라이트로 매년 300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았던 금강 공산성 앞도 보 해체로 금강 경관이 크게 망가질 판이다. 공주시 관계자는 “공산성 앞 금강을 활용해 유등과 황포돛배, 부교 등을 띄우고 불꽃놀이를 벌이는 행사가 축제의 명물 볼거리였는데 보 철거로 강바닥이 드러나면 볼품이 없어져 외면받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금강 세종보를 없애는 방안을 접한 상당수 세종시민도 우려하고 있다. 시장이 여당(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세종시도 처음으로 문제를 공식 제기하고 나섰다. 백제보 상시 개방안이 제시된 부여 지역 농민들은 “지난해 환경부와 체결한 업무협약에 농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수문을 개방할 수 없도록 해놓아 큰 걱정은 없다”며 “상시 개방은 어림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전남 나주 농민들은 죽산보가 해체될 경우 농업용수 확보가 어려워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나주시 다시면 신석리의 한 농민은 “해마다 영산강 물을 끌어다 농사를 지어왔는데 죽산보가 없어지면 수위가 낮아져 양수하는 데 지장이 있을 것”이라며 “사전에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영산강 황포돛배’ 운항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공주=김창희·나주=정우천 기자 ch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