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박석순 前환경과학원장 분석

총인·질소-BOD 등 항목 반영
“정부는 유리한 지표만 골라 써”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조사·평가위)가 철거하기로 한 전남 영산강 ‘죽산보’와 상시 개방키로 한 ‘승촌보’의 강 수질이 지난해 보 개방 이후 모든 지표에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발표 내용을 놓고 신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석순(전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장)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2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의 영향을 받는 영산강 죽산보와 승촌보 상류 지점의 수질(국가측정망 활용)을 보 개방 전인 2015년과 보 개방 후인 2018년, 역시 보 개방 전인 2016년과 2018년을 각각 비교 분석한 결과, 모든 항목에서 수질이 더 나빠졌다”고 밝혔다. 조사·평가위가 지난 22일 보 처리 방안 언론 브리핑 당시 “승촌보는 보 개방 이후 수질이 개선됐다”고 발표한 내용과 정면 배치되는 결과다. 조사·평가위는 죽산보의 경우 보 개방 후 수질이 더 악화했는데, 수질 개선 효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며 보를 철거하면 수질이 더 좋아진다는 비과학적인 해명을 내놓았다.

박 교수는 지난 1월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지수)급 국제 학술지인 ‘환경공학과학’에 금강의 수질이 보 설치 후 개선됐다는 점을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입증(문화일보 2019년 1월 23일 자 1·2면 참조)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이번 영산강 수질 통계 역시 국제 학술지에서 인정한 가장 과학적인 방법을 활용해 결괏값(95% 신뢰 수준)을 얻었다. 박 교수는 이번 조사·분석에서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총인(TP), 총질소(TN), 클로로필a(Chl-a), 부유물질(SS) 등 총 6가지 수질 항목을 활용해 승촌보와 죽산보의 보 개방 전후 수질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15년과 2018년은 승촌보와 죽산보 모두 각각 6가지 항목(총 12가지)에서 보 개방 이후 수질이 모두 악화했다. 죽산보와 승촌보의 부유물질 항목은 각각 98.3%와 74.1%, 조류농도인 클로로필a는 각각 50.1%와 51.4%가 나빠졌다.

박 교수는 2016년과 2018년 비교 분석에서도 2015년과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다만, 승촌보는 총인 항목에서 ‘변화 없음’이 나왔는데,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만약 신뢰 수준을 90%로 낮추면 총인 항목도 악화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번에 나온 분석 결과를 추가로 국제 학술지에 게재할 계획이다.

한편, 조사·평가위는 이번 보 수질 평가에서 ‘총인, 총질소, BOD’ 등은 반영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조사·평가위가 보를 만들어 좋아진 항목들은 배제한 채, 보가 들어서 물 흐름이 느려질 때 나빠질 수밖에 없는 지표들만 골라 썼다”고 지적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