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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두 서강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경제성장의 이론적 맥락을 제공했던 ‘서강학파’ 출신의 정통보수 경제학자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헌법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장은 대통령)에 임명됐다. 2017년 대선 전 김 교수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국가미래연구원 사무실까지 찾아온 문재인 후보의 삼고초려에 마음이 움직여 캠프에 합류했다.

김 교수는 캠프에서 ‘사람 중심 경제’라는 경제공약의 틀을 잡고 ‘J노믹스’ 밑그림을 그렸다. 김 교수가 자문회의 부의장에 임명되던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저와 다른 시각에서 경제를 바라보는 분이지만 합리적 보수와 개혁적 진보가 손잡는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날 김 교수는 문 대통령을 따로 만나 “앞으로 싫은 소리를 하겠다. 그런데 계속하면 듣기 싫으실 거다. 싫으면 언제든 말씀하시라”라고 하고 문 대통령이 크게 웃었다고 한다.

그가 ‘킹메이커’ 역할을 한 건 문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었다. 은사인 남덕우 전 국무총리 소개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2012년 대선 전 박근혜 캠프의 대표 공약인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를 만들었다. 그러나 바른말 하던 버릇 때문에 둘 사이에 이내 금이 갔고 결별했다. 그가 문 대통령에게 바른말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취임 만 1년을 맞은 지난해 5월이었다.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여긴 그는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신청했다. 그로부터 석 달 만에 성사된 단독 면담에서 그는 “소득주도성장에만 매몰하면 안 된다”며 정책 수정을 완곡하게 당부했다.(문화일보 2018년 8월 31일자 1·3면 참조) 문 대통령이 황수경 전 통계청장을 전격 경질해 논란이 일었을 때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전화해 “이건 잘못됐다”고 말한 것도 그였다.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려는 그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자문회의 부의장직 사퇴 직전인 지난해 12월 말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삼성·LG·SK 경영진과의 ‘3 대 3 대화’ 자리를 주선했다. 또 퇴임 후인 지난 1월 31일에도 현대자동차와 롯데까지 포함한 5대 그룹 경영진과의 ‘3 대 5 대화’ 모임을 이끌었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