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사찰에 블랙리스트까지
각종 의혹에도 ‘우린 다르다’

공기관‘낙하산’도 외려 증가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 차에 민간인 사찰 의혹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휩싸였지만, 여권은 여전히 ‘우리는 다르다’는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하다는 지적에 청와대가 “블랙리스트란 먹칠을 삼가 달라”며 발끈하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처음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을 때부터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다르다’는 기조를 고수해 왔다.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유전자에는 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후 검찰이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환경부 및 산하 공공기관장에 대한 표적 감사 등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며 블랙리스트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음에도 청와대는 “블랙리스트란 먹칠을 삼가 달라”고 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21일 통화에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지만, 청와대의 해명처럼 (박 정부와) 차이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야당 시절 반대했던 사안에 대해 집권 후에는 침묵하거나 똑같은 일을 이어오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공정한 사회’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가 도리어 증가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측근들에 대한 낙하산 인사 행태는 보수 정권과 현재 변함없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각종 혁신 경제 관련 법안도 야당 시절엔 반대했던 법안이 상당수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경우 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경제 살리는 3법’ 중 하나로 적극 추진했지만, 민주당이 극렬히 반대해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같은 법안이라도 정권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거꾸로 민주당은 KBS 등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박근혜 정부 당시 적극 주장했으나, 여당이 되고 나서는 처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