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장·법률구조공단 이사장 등도 ‘임기전 사퇴’

“청 인사수석실 관여”진술에
‘블랙리스트 실행’의혹 확산
신재민 KT&G폭로 등 재점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관여했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다른 부처에서도 ‘블랙리스트’가 실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7월 박근혜 정부 당시 임명됐던 보훈처 산하 기관장들에게 ‘사퇴 압박’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봉길 의사 장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은 “보훈처 오모 국장이 임기를 두 달 남겨 둔 2017년 7월 ‘BH(청와대) 뜻’이라며 ‘사표를 낼지, 안 낼지 지금 결정하고 일주일 안에 내달라’고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보훈처가 사표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오히려 (윤 전 관장의) 사퇴를 말렸다”고 반박했다. 임기를 7개월 남겨두고 지난해 8월 그만둔 김옥이 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도 현 정부 출범 직후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임기(3년)를 1년가량 앞두고 지난해 4월 말 사임한 이헌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도 현 정권의 외압 때문에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환경부 사례처럼 우회적으로 사표 쓸 것을 종용받았다”며 “공단 간부가 내게 ‘명예롭게 퇴진하세요’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변호사로 활동한 이 전 이사장은 2015년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가 2016년 5월 공단 이사장직을 맡았다. 현 정부 출범 후 과학기술계에서 중도 퇴임한 기관장은 11명에 달한다. 적게는 5개월, 많게는 2년 넘는 임기를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자유한국당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전력 산하 발전사 4곳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해 일괄 사표를 내게 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은 이런 의혹으로 고발당한 상태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지난해 12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청와대에서 KT&G 사장을 바꾸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의 의혹 제기 직후 기재부는 “담배사업법상 관리·감독 주무 기관으로 충분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었다. 최종적으로 차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며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을 일축했다. 기재부의 해명과 달리 KT&G 사장 교체 관련 내용이 김용진 당시 2차관에게 보고된 정황을 담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문건이 최근 공개됐다. 문건에는 기재부 담당과장이 지난해 1월 차관이 이 문서를 청와대에 보고했을 것이라고 특감반에 진술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