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전보다 매출 반토막
반지 등 예물도 거의 안사”
아현동 가구거리 등 한산

집값 부담이 늘면서 신혼부부들이 혼수와 예물 비용을 아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고객인 신혼부부의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관련 업체들의 업황도 나빠지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찾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가구거리 일대는 한산했다. 거리 양쪽을 따라 늘어선 가구 매장에서 손님을 찾기는 어려웠고, 주인들만 앉아 있었다. ‘임대’ 공고가 붙은 공실 건물이나 ‘점포정리’ 현수막도 보였다. 4년간 가구를 팔아 온 유모(44) 씨는 “신혼부부들이 오지 않아 매출이 2∼3년 전과 비교해 반 토막 났다”며 “요즘은 가구를 한꺼번에 사지 않고 따로따로 단품으로 산다” 고 말했다. 침대업체 사장 박모(53) 씨도 “망하기 일보 직전” 이라며 “신혼부부들이 집값 때문에 대출을 많이 하고 이사를 안 하니 혼수용품 자체를 잘 사지 않는다”고 밝혔다.

예물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종로구의 한 귀금속 가게 직원 김모(여·28) 씨는 20일 “부동산 비용 부담이 크다 보니 예비 신랑·신부들이 예물 같은 사치품을 줄이는 것 같다”며 “결혼반지나 커플링을 제외하곤 예물을 거의 마련하지 않아 장사가 잘 안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결혼정보업체 듀오웨드가 낸 ‘결혼비용 실태보고서’를 보면 전체 결혼 비용 중 신혼부부가 가구를 비롯한 혼수용품에 쓴 돈은 2016년 1628만 원, 2017년 1417만 원, 2018년 1200만 원으로, 매년 200만 원가량씩 줄었다. 같은 기간 예물에 쓴 돈 역시 1826만 원, 1798만 원, 1429만 원으로 감소했다.

결혼 6개월 차 주부 전모(여·33) 씨는 “결혼 당시 집값이 비싸 풀세트로 사는 건 엄두도 못 내고 소파나 침대 등을 낱개로만 샀다”고 말했다. 전 씨는 “혼수는 양가 집안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각자 시계와 반지 하나씩만 구입했다”며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는데 옛날처럼 다이아몬드나 진주 세트를 하지 않고 저축해 집값 마련에 보태겠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결혼한 황모(여·29) 씨는 “종로 귀금속 가게에서 커플링 2개 사는 데 60만 원 쓴 걸 빼곤 특별히 예물에 돈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미화 듀오웨드 본부장은 “가구를 비롯해 예단, 예물도 적은 비용으로 사는 커플이 확실히 늘고 있다”며 “내 집 마련이 쉽다면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겠지만, 요즘은 그렇지 못한 부부가 더 많다”고 분석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