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연설회장 앞 태극기 지난 18일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 앞 마당에 대형 태극기가 펼쳐져 있다. 연합뉴스

“黃 발언은 헌정 질서 부정”
태극기부대 전화·문자폭탄
“黨 업무 마비 지경” 호소도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슈가 쟁점으로 다시 부상하고 일부 후보자들의 도를 넘은 ‘막말 경쟁’, 또 이른바 ‘태극기 부대’의 극단적 행태가 이어지면서 “당이 퇴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비박(비박근혜)계 의원은 20일 통화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전날(19일) 당대표 후보 TV토론회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이 타당했던 것인지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힌 것과 관련,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부정하는 것은 헌정 질서를 부정하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또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이) 돈 한 푼 받은 게 있는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돈을 받아서 탄핵이 됐다기보다 최순실이라는 개인한테 국정을 맡긴, 국정 농단 때문에 탄핵이 된 것”이라며 “‘오른쪽’으로 쏠린 표심을 잡기 위해 그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 다른 비박계 의원도 “탄핵을 부정하는 발언은 적절치 않다”며 “지금 탄핵을 이처럼 부정하면 국민이 우리 당을 어떻게 보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고위원 경선에는 막말이 쏟아져 나오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18일 한국당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이냐” “대한민국을 배신한 반역자” 등의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낸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논란을 의식한 듯 “좀 더 자중하고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7년 초 더불어민주당 모 의원이 ‘더러운 잠’이라는 그림을 국회 의원회관에 게시했다. 박 전 대통령을 모델로 여성의 나체를 아주 모욕적으로 비하한, 차마 이곳에 올리기도 끔찍한 치욕스럽고 모욕적인 그림이었다”며 여당으로 화살을 돌렸다. 당 안팎에서는 김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태극기 부대의 지지를 끌어내 유리한 고지에 서겠다는 전략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태극기 부대는 특정 사안이 벌어질 때마다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당과 지도부를 향해 무차별 공세를 이어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모독 논란’ 관련 결정을 내릴 당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영종 윤리위원장 등에게 하루에 1000통이 넘는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며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백 명씩 당사를 찾아오거나 사무실로 전화 폭탄을 쏟아내 당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