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임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이뤄진 전화 상담에 대해서는 변호사 보수를 받을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전자소송과 관련한 위임계약서 등 작성에 10분도 안 걸리는 문서작업에 대해서도 보수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김모 씨가 조모 변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수임료 반환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김 씨는 2017년 3월 조 변호사에게 민사소송 사건을 맡기고 110만 원을 지급했다. 조 변호사는 소송위임장을 내고 사건기록을 검토한 뒤 법적 의견을 제시하는 메일을 보냈다. 이후 답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다툼이 생겨 조 변호사가 사임서를 제출하자, 김 씨는 미리 지급한 110만 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조 변호사는 기록 및 법리 검토와 위임계약서 작성, 전화 상담 등을 수행해 111만5000원의 보수가 이미 발생했다며 110만 원을 돌려줄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1심은 조 변호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반환해야 할 보수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심은 “변호사 수임 계약서상 위임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이뤄진 전화 상담에 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전자소송에서 위임계약서 작성과 제출에 10분 이상 소요되지 않아 사회 거래 관념상 보수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 변호사가 주장하는 세 건의 전화 상담 중에서 사건 위임 계약 전 이뤄진 두 건의 전화 상담 비용(10만 원)은 보수에 포함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위임계약서 등의 작성료 12만 원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전화 상담료와 위임계약서 등 작성료를 뺀 89만5000원에 부가가치세 8만9000원을 더한 98만4000원이 조 변호사가 주장할 수 있는 보수액이라고 보고 11만6000원을 김 씨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