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하노이에 간 ‘김정은 경호 책임자’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의 의전·경호 사항을 미국 측과 논의하기 위해 16일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 등과 함께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김철규(가운데) 북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이 18일 숙소인 베트남 영빈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스몰딜 우려 고조

이번주 실무협상 재개 앞두고
양측 비핵화-상응조치 기싸움

구체적 성과 내야 하는 트럼프
核동결 등으로 목표 낮출 우려

미·북이 오는 27~28일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번 주 실무협상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회담 형식·내용이 여전히 ‘백지상태’에 가까운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특히 북한과 미국은 각각 제재 완화 등 최대치의 상응조치와 최소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성과를 요구하면서 ‘기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양국 간 간극과 회담 성공에 대한 부담을 감안하면 정상회담 결과가 ‘스몰딜’에 멈출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외교 소식통은 “이번 주 중 미·북 실무협상이 재개되겠지만, 아직 구체적인 날짜는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도착 일정도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이 9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미·북은 정상회담 의제 및 합의 내용뿐 아니라 실무회담 개최 시기·형식에서도 아직도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인 셈이다.

회담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할수록 유리한 쪽은 북한이다. 당초부터 북한은 경제적 혜택으로서 대북제재 해제를 최상의 상응조치로 요구하면서 미국 반응에 따라 비핵화 조치 수위를 결정한다는 입장이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도 17일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시험·사용·전파하지 않겠다는 것은 “전략적 결단”이라고 확인하면서도 “이제는 미국이 화답해 나설 차례”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북한 매체들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구체적 일정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회담 결과가 미진해도 김 위원장이 입을 대내적 충격파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반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대내의 정치적 문제로 인해 이번 회담에서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최근 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북핵 협상에) 서두르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단지 (북한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목표를 낮추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1월 31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비핵화 협상의 ‘동시적·병행적 기조’를 천명하면서 ‘단계적’ 방식을 공식 확인했다.

결국 앞으로 실무협상을 통해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조치 수위를 낮추기 위해서는 미국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 수위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이번 회담 결과가 ‘스몰딜’이 될 것이란 분석이 커지고 있다. 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 모두 협상의 판을 깰 수도 없지만 입장 차도 커서 이번 회담에서 급진적인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며 “향후 서로 간의 구체적인 조치를 논의할 수 있도록 비핵화 실무그룹 구성에 합의하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