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핵보유국 인정 우려 속
제재완화 땐 비핵화 동력 상실
北에 ‘核인질’ 되는 상황올수도

오는 27~28일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 동결 조치 등만을 합의문에 담는 ‘스몰딜’에도 만족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전략에 힘이 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북 간 ‘빅딜’을 여전히 기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 비핵화 타임 테이블과 같은 구체적 담보조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에 대북 제재 완화를 추진할 경우 대북 제재 균열로 비핵화 협상 동력을 훼손해 결국 북한의 ‘핵 인질’이 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8일 “한·미 정상 통화는 이번 주 중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회담 직전인 다음 주로 미뤄질 수도 있다”며 “북·미 실무협상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조야에서는 ‘스몰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7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에서 연달아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기자회견에서 미·북 협상과 관련해 “서두르지 않겠다”며 “우리는 단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테스트를 원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해 핵 동결 수준의 합의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반면 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 제재 완화를 포함, 얻어낼 수 있는 것을 모두 얻어내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 의전 협상을 위해 베트남에 머물고 있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현지 삼성전자 공장 일대를 둘러본 것도 우리 측에 제재 완화와 경협에 나서 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나 정부는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18일 공개된 요미우리(讀賣)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협력을 얻기 위한 보상은 필수”라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