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당정청 ‘자치경찰’ 회의 조국(오른쪽)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치경찰제 도입 당·정·청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자치경찰제 핵심 내용

자치경찰, 아동·장애인 보호
공무집행방해도 수사권 확보
범죄 현장 초동조치권도 가져
국가경찰 못지않은 권한 부여

경찰조직 ‘자치·국가’ 이원화
국가警, 정보·경비·刑事 담당

토착세력 담합·정치화 우려도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14일 발표한 자치경찰제 도입안의 핵심은 경찰조직의 국가-자치 이원화다. 여성·청소년 등 생활안전과 교통 등 주민 밀착형 민생치안 분야를 자치경찰에 넘긴다. 여기에 시·도지사에게 자치경찰본부장과 자치경찰대장 임명권을 부여한 점도 눈에 띈다. 당·정·청은 이번 도입안을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안정책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국가-자치경찰의 이중구조와 업무중복, 지역 토착세력과의 담합과 정치화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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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안전과 교통 분야 수사권 부여 = 당·정·청은 이 같은 자치경찰제 도입을 통해 주민생활과 밀접한 영역인 생활안전과 교통 분야에 대해 자치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긴밀하게 협업하고 최적의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를 통해 지역 상황과 현실에 맞게 창조적이고 자율적인 치안 활동을 하게 해 분권과 안전의 가치를 조화시키고 균형을 도모하는 자치경찰제를 실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확정안에 따르면, 우선 자치경찰에 아동·청소년·장애인 보호와 가정·학교폭력은 물론 성폭력 등을 담당하는 생활안전 분야가 이관된다. 교통법규위반 단속과 같은 교통 분야도 자치경찰이 담당한다. 무엇보다 범죄예방과 피해자보호 업무뿐 아니라 일부 사건에 대해선 수사권까지 보장하며 자치경찰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성폭력과 학교폭력, 가정폭력에 대한 수사권도 자치경찰에 맡겼다. 여기에 공무집행방해 수사권과 현장 초동조치권도 부여하면서 국가경찰 못지않은 권한을 줬다. 국가경찰은 정보와 보안, 외사, 경비 등의 업무와 광역범죄, 국익범죄, 일반 형사사건 수사 등을 맡게 된다.

◆ 지구대·파출소도 자치경찰로 = 치안현장과 가장 밀접한 지구대와 파출소도 자치경찰로 이관된다. 당·정·청은 “시·군·구가 관할하는 자치경찰대에 지구대와 파출소를 둬 실질적이고 촘촘한 민생 치안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업무가 충돌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112 종합상황실에서 국가경찰과 합동 근무체계를 갖추고 긴급상황에서의 현장 대응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상호 협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긴급 조치가 필요한 사건 사고 현장에 대한 초동조치는 국가 및 자치경찰의 공동 의무사항으로 하니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 광역단체장이 자치경찰본부장과 자치경찰대장 임명 = 자치경찰제 도입안에 따르면 각 시·도에는 현재 지방경찰청에 대응하는 자치경찰본부가, 시·군·구에는 경찰서에 대응하는 자치경찰대가 신설된다. 당·정·청은 두 조직의 수장을 시·도지사가 임명해 지역 특성에 맞춘 치안정책 수립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독립된 합의제 행정기관인 시·도경찰위원회를 설치하고 이 위원회의 관리 아래 자치경찰이 운영되도록 했다. 지난해 11월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 방안에 따르면 시·도경찰위원회 위원은 시·도지사가 지명한 1명, 시·도의회 여야가 지명하는 각 1명, 법원 1명, 국가경찰위 추천 1명 등 5명으로 구성되며 이 중 1명이 위원장 역할인 상임위원을 맡는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철저한 제도적 설계로 자치경찰제가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유지들의 사병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 전문성 결여, 경찰의 정치화 등 부작용 = 일각에선 성폭력 등에 대해 수사권을 부여한 점이 자칫 부실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형 사건 수사 경험이 없는 자치경찰이 전문성 부족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제주도가 운영 중인 자치경찰에 수사권을 대폭 부여하지 못한 것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또 자치경찰이 지방자치단체 소속이 되는 만큼 정치적 종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의 자치경찰 기피현상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초기에는 자치경찰 신분을 국가직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자치분권위 안에서 설계했으나 단계적으로는 지방직으로 전환된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