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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3·1절 100주년을 맞이하여 약산 김원봉(1898∼1958)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출범해 올 1월까지 활동한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군무부장, 광복군 부사령관을 지낸 의열단 단장 김원봉조차 독립유공자로 대우하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 보훈의 현실”이라며, 그를 서훈하라는 권고안을 국가보훈처에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원봉은 항일무장투쟁에 앞장선 인물이나, 자진 월북해 1948년 9월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해 국가검열상과 노동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기에 독립유공자 선정에서 배제돼왔다.

북한 정권 고위 인사였던 관계로 일반 국민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김원봉이 대중적으로 재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영화 ‘암살’(2015년)과 ‘밀정’(2016년) 덕분이다. 각각 영화배우 조승우와 이병헌이 연기한 김원봉은 선명한 애국 투사 모습에 할리우드식 ‘액션 영웅’ 이미지가 투사된 것이었다. 여기에 김원봉의 현상금이 100만 원으로, 백범 김구의 현상금 60만 원보다 많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원봉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당시 100만 원은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32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드라마틱한 삶, 화끈한 무장투쟁, 화려한 로맨스 등 김원봉에겐 ‘대중문화 아이콘’이 될 요소가 많다. 그렇기에 MBC가 김원봉을 주인공으로 한 TV 특집 드라마 ‘이몽’을 5월에 방영할 예정이며, KBS도 김원봉을 소재로 한 대하드라마를 제작한다고 한다. 그러나 김원봉이 극(劇) 중 신화(神話)는 몰라도, 현실 속의 영웅이 되기엔 한계가 많다. 한국 현대사는 아직 역사라기보다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김원봉은 1948년 대한민국을 버리고 북한을 선택했다. 북한 건국 일등 공신의 한 사람이다. 남파 간첩 훈련·지휘도 맡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6·25 당시 행적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장준하가 전한 모습도 영화와는 너무 다르다. 물론 그의 최후는 현대사의 비극이다. 김일성에게 ‘중국 국민당 장제스(蔣介石)의 사주를 받은 국제간첩’으로 몰려 숙청됐다. 김원봉에 대한 다면적 분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현 정권 들어 영웅으로 띄우려는 분위기가 유별나다. 반면, 자유 대한민국을 세우고 지키고 일군 영웅들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다. 참담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