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보르네오CC 18번홀 늘 그렇듯 골프에서 마지막 홀 도전은 항상 들뜬 마음을 갖게 한다. 2008년 작. 김영화 화백

설 연휴를 맞이해 골프와 와인으로 맺어진 이웃사촌들과 모였다. 어려워진 경제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이야기하면서 저녁을 함께했다.

목재 사업을 하는 오 대표께서 “그래도 이 힘든 상황을 버틸 수 있는 것은 기댈 수 있고, 위로가 돼 주시는 여기 계신 여러분 덕분입니다. 저의 멘토여서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화자보다 청자가 더 행복해졌다. 생각해 보니 서로가 멘토이자 멘티였던 것이다. 멘토는 잘 알다시피 인생의 스승을 말한다. 반면 멘티는 깨침을 얻을 수 있는, 즉 배우는 사람을 말한다.

설 연휴 기간 중 내 삶의 최고의 멘토를 잃었다. 그는 항상 선진 골프를 외쳤고 선진 골프 문화를 알아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고 강조해왔다. 기회가 될 때마다 미국 골프장과 산업 현장에 데리고 다니셨다. 비록 영어 원어지만 골프와 관련된 책을 사주면서 힘들어도 꼭 읽으라고 채찍질해주셨다. 사업은 이윤이 우선이지만 국내 골프 산업 발전이 더 중요하다고도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그가 바로 서원양행 이종원 회장이시다. 그를 통해 코스설계가, 조형전문가, 골프장 장비 전문가 등을 소개받고 그들로 인해 골프 지식을 넓힐 수 있었다. 참 많은 사람이 그를 추억했다.

조형전문가 지화웅 대표는 “한국 골프장 발전에 한 획을 그으신 분이고 조형의 조 자도 모를 때 해외 골프장을 함께 다녔기에 지금의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느 누구에게든 멘토가 있다는 것만큼 부럽고 행복한 일은 없다. 그런데 요즘 골프에서 중시했던 ‘사부(멘토)’라는 말이 없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누구한테 골프를 배웠는지. 대단한 인연과 감사함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 골프를 가르쳐준 멘토(사부)가 골퍼들 사이에서 없어지는 것이 안타깝다.

세계적인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에는 방시혁이라는 멘토가 있다. 방탄소년단은 “음악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깨우치게 해줬다. 방시혁 그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고 했듯이 우리 주변엔 분명 3명 중 1명 정도는 스승이 있다. 남다른 시각과 깨우침, 그리고 공감력을 통해 나의 멘토를 찾아야 한다.

누구나 모든 관계에서 정서적 공감을 느끼면 편안해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를 따라 하게 된다.

그것이 멘토의 힘이다. 나의 멘토는 과연 누구인지 바로 지금 한 번쯤 발견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