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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말모이’라는 영화가 뜻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말모이’라는 말은 아주 생소하다. 대다수 사람이 들어본 적이 없고 또 지금은 쓰지도 않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말모이’라는 제목만으로 이 영화의 메시지를 곧바로 포착하기란 쉽지 않다.

‘말모이’는 본래 주시경 선생이 그 제자들과 함께 편찬하던 우리말 사전의 원고 이름이다. 1911년경부터 ‘조선광문회’에서 사전을 편찬하기 시작했는데, 그 원고 작업이 마무리된 시점에 주시경 선생은 돌아가시고, 김두봉은 상하이로 망명하고, 이규영마저 세상을 뜨면서 사전 편찬 작업은 지속하기 어렵게 됐다. 사전 원고가 ‘계명구락부’를 거쳐 ‘조선어학연구회’로 넘어가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겨우 사전 편찬의 명맥을 유지했으나 결국 출간되지 못하고 훗날 원고 대부분이 산일되고 말았다.

‘말모이’는 주시경 선생이 새로 만든 말로 추정된다. 이는 ‘말’과 ‘모이’가 결합된 합성어인데, 여기서 ‘모이’는 근대국어 ‘？다(모으다)’의 어간 ‘？-’에 접미사 ‘-이’가 결합된 ‘모히’에서 변한 어형이거나 ‘모으다’의 준말인 ‘모다’의 어간 ‘모-’에 접미사 ‘-이’가 결합된 어형이다. 어느 쪽으로 보든 ‘모이’는 ‘모은 것’이라는 뜻이 된다. ‘쪽모이(여러 조각을 모아 큰 한 조각을 만듦)’에서도 같은 의미의 ‘모이’가 발견된다. 이로 보면 ‘말모이’는 ‘말을 모은 것’, 곧 ‘辭典(사전)’이라는 의미가 된다. 일본어계 한자어인 ‘辭典’이 들어와 쓰이게 되자 이를 대체하는 ‘말모이’라는 단어를 만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새로 만들어진 ‘말모이’는 널리 쓰이지 못했다. 그러니 20세기 초의 사전은 물론, 그 후의 사전에 오르지 못한 것이다. ‘말모이’보다 뒤에 등장한, 같은 의미의 ‘말광(말을 간직하는 곳간)’도 비슷한 처지였다. 한자어 ‘辭典’의 세력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