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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외관계와…’ 3권
전문가 50명이 3년간 집필

한국사 전 시기를 아우르는 시대별 한국외교사인 ‘한국의 대외관계와 외교사’ 전 4권 중 고려·조선·근대 편의 3권이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출간됐다. 고대 편은 4월쯤 나온다. 한국의 대외관계와 외교사를 통사적으로 정리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중국·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한다면 상당히 늦은 것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015년 ‘한국외교사 편찬위원회’(위원장 구대열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구성해 한국사, 일본사, 중국사 및 국제정치학 등 역사재단 내외 50여 명의 전문가를 집필에 참여시켜 3년간의 준비로 완성했다.

국내 대학의 사학과에서는 대외관계사와 외교사를 체계적으로 교육하지 못하며, 정치외교학과에서도 주변 과목 정도로 명맥을 유지한다. 국제관계는 강대국 중심으로 전개돼왔으며 한국은 이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구 편찬위원장은 “이런 사정으로 그동안 ‘한국 외교사’를 가르칠 만한 마땅한 교재도 없었다”며 “이번 책은 이러한 학문적 난점을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을 기획하고 실무를 맡아온 홍면기 편찬위원회 간사는 “한국사의 발전에 대한 독자적 논리 없이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상황적으로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역사전쟁’에 대처하기 어렵다”며 “이 시리즈의 발간을 계기로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 엄정하고 건설적인 학문적 토론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려 편’(425쪽)은 주편을 맡은 이진한 고려대 교수를 비롯해 각 분야 전공학자 10명이 참여했다. 주변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했던 고려 외교의 여러 국면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피고, ‘국격’을 인정받고 정치적 권위를 누릴 수 있었던 고려 외교의 전통 및 국왕과 외교담당자들의 노력을 재조명했다. ‘조선 편’(573쪽)은 명과 청의 정치·군사·문화적 압력과 일본의 군사적 도전을 넘어 국가의 생존과 이익을 지키고자 했던 조선 외교의 고투와 노력을 담았다.

조선외교의 이상과 현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던 외교적 노력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있다. 한명기 명지대 교수가 주편을 맡았고, 10명의 학자가 집필에 참여했다. ‘근대 편’(803쪽)은 개항 이후 대한제국 시기, 일제강점기 및 해방과 분단에 이르는 시기를 굵직한 사건 중심으로 구성했다. 좌절과 실패의 역사로 낙인된 이 시기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고, 생존과 독립을 위한 한국의 외교적 노력과 그 한계를 촘촘히 들여다 보았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