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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모자이크 SNS 타고 확산
“다양성 무시하는 처사” 비판
NYT“中에선 검열이 新산업”

중국 TV 프로그램에서 남자연예인들이 착용한 귀걸이가 모자이크 처리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찬반 논쟁이 뜨겁게 제기되고 있다. 1990년대 초 국내 방송가에서 불었던 귀걸이 단 남자연예인 TV 출연 제한 바람이 중국에서 재연되는 모양새다.

30일 CNN 등에 따르면 중국 인기 TV 리얼리티쇼 ‘나는 배우다(我就是演員)’는 최근 방영한 에피소드에서 출연자로 등장한 남자배우 징보란(井柏然)의 귀를 디지털 작업으로 가렸다. 또 다른 리얼리티쇼인 ‘누나네 꽃집(小姉姉的花店)’에 출연한 남자 아이돌그룹 멤버 린옌쥔(林彦俊), 샤오구위(小鬼·사진)의 귀걸이 또한 모자이크 처리됐다. 중국 정부가 남자연예인의 귀걸이 착용을 일괄 금지했는지 또는 해당 방송국이 자체적으로 남자연예인의 귀걸이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중국 정부는 TV 방송에 문신을 한 배우들의 출연을 금지했고 힙합이나 서브컬처(비주류 문화), 부도덕 문화 등도 퇴출한 바 있다. 그레이스 렁 홍콩중문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중국 대중문화에 서구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방침이 ‘귀걸이 모자이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남성성이 두드러진 자신들의 대중문화 순수성을 서구 문화로부터 지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오랜 가부장적 사회로 남녀 역할이 고정된 중국 사회에서 남성의 귀걸이 착용은 이에 대한 도전으로 비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중국 SNS 웨이보(微博)에서는 ‘#TV에서 남자연예인은 귀걸이를 하지 못한다’라는 해시태그 조회 수가 4억2000만 건에 달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남자연예인의 귀걸이 착용 금지는) 성 고정관념이고 문화적 다양성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비판했고 또 다른 블로거는 “여자연예인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출연하면 머리 전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할 거냐”면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BBC는 중국 정부가 최근에는 TV 프로그램뿐 아니라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콘텐츠도 검열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문화예술 분야뿐 아니라 정치 분야에서도 극단적인 검열이 이뤄지면서 관련 산업이 중국의 ‘신산업’으로 부상한다는 웃지 못할 지적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기업은 정부 검열에 걸리지 않는 것이 생사를 가르는 문제라며 정부가 기업들에 강도 높은 자체 검열을 요구함에 따라 이른바 검열공장이 활발하게 운영된다고 보도했다. 하루 평균 8억 명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중국으로서는 이들이 생산해내는 콘텐츠에도 민감하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에서 검열이 한층 강화되고 관련 처벌도 심해지고 있어 자체 검열 강도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검열 대행 서비스업체인 비욘드소프트의 인터넷서비스사업 부문 양샤오 본부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작은 것이라도 놓치면 심각한 정치적 문제가 된다”며 “현재 우리 기업은 데이터산업의 폭스콘 같은 존재”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이 업체에서 콘텐츠 검열을 담당하는 직원 수는 4000명으로 2년 전 200명의 20배에 달한다. 또 검열 작업을 위한 인공지능(AI)이 개발되고 모자이크 처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 발전에서 중국이 선두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검열을 위해 담당 직원들에게 톈안먼(天安門) 사태 등 중국 정부가 감추려는 역사적 사실을 역으로 교육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