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꽁꽁 얼고… 펄펄 끓고… 30일 미국 중북부 노스다코타주 비즈마크시의 기온이 영하 33도까지 떨어지고 눈폭풍이 불어닥친 가운데 재난당국이 제설차를 이용해 눈을 치우고 있다. (왼쪽 사진), 지난 22일 호주 남부 애들레이드 지역 최고기온이 영상 40도 안팎을 기록한 가운데 지역 주민들이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AP 연합뉴스

美중북부, 북극 한랭기류 급습
남극점보다 15도 이상 낮아
“밖에 잠깐 내놨던 바나나 꽁꽁
망치 삼아 못을 박을 수 있어”

호주선 살인적 폭염,곳곳 산불
에어컨 사용 급증,전력난 우려

미국 중북부에서 남극보다 추운 한파가 몰아치고 호주에서는 폭염이 발생하는 등 지구촌에 ‘극과 극’의 날씨가 펼쳐지고 있다.

30일 뉴욕타임스(NYT), 시카고 트리뷴 등에 따르면, 이날 시카고 오헤어공항 인근 온도는 극소용돌이 영향으로 영하 32도까지 내려갔다. 시카고 기상관측 사상 최저기온이었던 1985년 1월 20일과 같은 추위다. 시카고 당국은 외출 때 급성 동상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중서부 지역에는 한파 대피소가 설치됐고 학교와 대학은 휴교를, 박물관과 동물원 등은 휴관을 선포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밖에 잠깐 내놓았던 바나나가 꽁꽁 얼어 이를 망치 삼아 못을 박을 수 있고, 계란을 깨서 프라이팬에 넣으면 완전히 얼어붙는다”고 현재 상황을 묘사했다.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날 오전 캐나다 국경과 맞닿은 미네소타주 인터내셔널 폴스의 최저기온이 섭씨 영하 48.3도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남극 극지점 기온이 섭씨 영하 31도로 인터내셔널 폴스는 남극보다 섭씨로 15도 이상 낮은 수치다. 지금까지 모두 5명이 사망했고 총 2000여 편의 항공기가 결항됐다. 미 우편국(USPS)은 중북부 지역 우편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반면 남반구 호주에선 기록적인 폭염으로 산불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에어컨 사용이 증가해 전력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등은 전차 운행속도를 낮추거나 중단하는 등 전력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노동자단체들은 지난주 아델라이드에서처럼 기온이 47도를 넘어갈 경우 회사가 조업을 중단하는 법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같이 심각한 상황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지구촌이 ‘극한 기후 시대(Extreme Weather Age)’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아이다호대의 산불전문가 크리스털 콜든 교수는 “산불, 허리케인, 혹한 등 그 어떤 자연현상이라도 우리가 생각한 그 이상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극한 기후’를 계속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점점 뜨거워지는 날씨로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약 80만 년 전보다 월등히 높고 지구 평균기온도 치솟고 있다. 이에 따라 북극 제트기류에 변화를 일으켜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가 저위도 지방으로 내려오면서 극한 기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기예보 서비스 웨더 언더그라운드의 기상학자 밥 헨슨은 “우리는 더 넓은 범위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온라인 과학전문지 ‘공공과학도서관 의학’(PLOS Medicine)에 게재된 한 연구에서는 극한 기후가 계속될 경우 오는 2080년까지 미국에서 폭염에 따른 사망자 수가 지금보다 5배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프리데리케 오토 옥스퍼드대 기후 연구가는 “지구 온난화를 극단적인 기후 현상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