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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경 신작장편 ‘설이’ 출간
17년만에 다시 쓴 성장 소설

소설판 ‘SKY캐슬’이라고 해야 할까. 자전적 장편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2002)으로 14만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심윤경 작가가 최근 신작 장편 ‘설이’(한겨레출판)를 펴냈다. 전작 ‘사랑이 채우다’(2013) 이후 6년 만이고, ‘나의 아름다운 정원’ 이후 17년 만에 다시 쓴 성장소설이다.

28일 만난 심 작가는 “지난 6년간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제 딸 아이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까지 진학하는 동안 가장 격렬한 기간을 보냈다. 교육 갈등이 엄청났다”면서 “그 시간을 엄마로서 함께하면서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제 나름의 답을 소설 형식으로 엮었다”고 밝혔다.

‘설이’는 함묵증(특정 상황에서 말을 하지 않는 증상)을 앓고 있는 열세 살 소녀 설이의 이야기다. 보육원 앞에 버려진 채 발견된 설이는 입양과 파양을 거듭하면서 보육원 ‘이모’에게 위탁돼 생활한다. 세 번째 파양 후 원장이 보육원의 이미지를 고려해 이모에게 설이의 전학을 종용하고, 이모는 설이를 유명 사립초등학교인 우상초에 보낸다.

설이는 부유한 집안 아이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다. 모든 대회에 출전해 상을 휩쓸고, 진하게 화장을 하며, 아무렇지 않게 욕설을 내뱉는다. 하지만 동급생 시현의 지속적 괴롭힘 때문에 몸싸움을 벌이다 다치게 되고, 시현의 부모는 사건이 확대되는 걸 막기 위해 마지못해 설이의 위탁부모가 된다. 그러나 시현이네는 설이가 꿈꿨던 완벽한 가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실제 고3 딸을 둔 심 작가는 “요즘 인기 드라마 ‘SKY캐슬’과 이번 소설의 문제의식이 겹치는 것 같다. 부모의 교육열이란 무엇인가. 자식에 대한 사랑이 용서받을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하는 부분에서 닮은 것 같다”며 “부모가 아이의 올가미가 돼서는 안 된다. 부모 스스로 안정되고 만족감이 있어야 자식에게 그걸 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아이를 예뻐하는 것에서 출발하면 어떨까”하고 제안했다.

모처럼 어릴 적 자아로 돌아가 썼다는 심 작가는 설이를 통해 무엇이 진짜 부모의 사랑인지를 묻는다. 그리고 “아이들의 되바라진 자기주장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는 어른이 많아질 때 세상은 지금보다 좀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심 작가는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주인공 동구는 가족의 행복을 바라는 헌신적 아이였지만 정작 자신의 행복을 챙기지 못했다. 그래서 설이는 가차 없이 캐묻고 되바라지게 말하도록 하고 싶었다. 기성세대의 위선과 가면을 벗기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