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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네 번째 중국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보 중 주목을 끈 것은 9일 오전 베이징(北京) 외곽의 전통 중의약 기업 퉁런탕(同仁堂·동인당) 생산공장 방문이었다. 2000년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여러 번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인 상하이(上海)이나 광저우(廣州) 등의 내로라하는 대기업 시찰에 나선 것에 비해 다소 생뚱맞은 느낌도 들었다. 약초가 많이 나는 북한 특성을 살려 제약산업 현대화에 나서려는 의지로 풀이됐지만, 대북 제재에서 비켜나 있는 제약이나 관광 등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넓히려는 심산이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핵보유국을 천명한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회의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경제 집중 노선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촘촘한 제재의 그물망은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1990년대 초부터 30년간 이어진 북한 핵 개발의 역사는 핵 의지가 강해질수록 미국과 국제사회의 핵 저지력도 커졌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핵 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강행 때마다 제재 강도 또한 높아졌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2년 7월 시장 자유화 개혁 조치를 했다. 신의주 특별행정구, 나진·선봉 경제자유무역지대 등도 열어 개방과 투자 유치에 나섰다. 남한과는 개성공업지구 가동과 금강산 관광 등을 시작했다. 2009년 5월 2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외면 속에 중국이 유일한 후원자로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대중 경제 의존도만 커졌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 후에는 중국과의 관계도 5년간 단절되다시피 했다. 북한 개혁의 흔적은 사라졌고, 특구들은 방치돼 있는 상태다.

2월 말쯤 예정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은 기로에 서 있다. 비핵화를 계속 천명하면서 부분 비핵화로 미국에 양보를 얻어낼 것인가, 핵을 깨끗하게 포기하고 제재 문제를 풀어내 경제 건설 노선을 완성할 것인가의 딜레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회의적으로 보는 많은 전문가는 시간을 끌면서 핵 동결 및 부분 핵 폐기로 부분 제재 완화를 받는 전자를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으로 6자회담에 참여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2012년 출간한 ‘불가사의한 국가’에서 그 이유를 분석했다. “2011년 10월 무아마르 카다피의 죽음으로 이어진 리비아 사태에 대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미국은 리비아를 안전 보장, 관계 개선과 같은 달콤한 말로 구슬려 (핵) 무장 해제를 하도록 한 뒤, 무력으로 삼켜버렸다’고 했다. 이것이 명확한 북한의 핵 보유 논리다.” 북한 핵 개발의 궁극적 목적은 체제 및 정권 안정 보장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미국으로부터 김 씨 일가와 그 족벌에 대한 안전 보장을 받고자 하는 열망은 북한이 당면한 근본적 개혁 딜레마에서 기인한다. 북한은 생존을 위해 개방이 필요하지만, 개방 과정에서 정권의 몰락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제재가 계속되는 한 김정은 정권 안정을 확실하게 보장받는 방법은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으로 경제 발전을 이루는 것 외에는 어떤 답도 없다는 것을 미·북 비핵화 30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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