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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대규모 反정부시위’ 소용돌이

21일 군인 20여명 쿠데타 기도
軍불만세력 존재 확인 시위 커져
親정권 인사들이 군부요직 장악
51만 軍 대다수는 생활고 시달려

강제 무력진압 유혈사태 시작속
야권 “도움 주면 사면” 軍에 약속
시위 선봉에는 과이도 국회의장
정권기반인 노동계·빈민도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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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군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시위를 24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베네수엘라 사태가 어디로 향할지 촉각이 모이고 있다. 현재의 군부는 마두로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했지만 무력진압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질 경우 내부동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군인 20여 명의 쿠데타 기도는 군부 내 불만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시켰으며 수도 카라카스 시민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 마두로 대통령은 정권의 운명을 군부의 지지에 걸고 있는 상태다.

베네수엘라군은 반정부시위 발생 직후 기갑부대를 대통령궁으로 보내고 24일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장관이 마두로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지만 후안 과이도(35)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야권이 세를 결집하고 있는 데다 국제사회도 마두로 정권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어 향후 태도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 베네수엘라 야권은 군의 지지 혹은 정치 중립을 요구하고 있다.

◇기로에 선 베네수엘라 군부 = 24일 외신 등에 따르면 현재 베네수엘라의 최고 군 통수권자는 마두로 대통령이며 국방장관과 전략작전사령관이 실질적인 군 지휘권을 갖고 있다. 2014년 10월 국방장관에 임명된 파드리노 장관과 카라카스 등의 치안을 담당하는 리처드 로페스 바르가스 소장은 대표적 ‘친마두로’ 인사로 분류된다. 베네수엘라 군부는 2002년 우고 차베스 전 정부 시절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실패한 뒤 친정권 인사들이 핵심 요직을 차지해왔다. 특히 마두로 정권은 제대군인들을 국영석유회사 PDVSA에 특채하는 등 군심 잡기에 나섰지만 하급장교와 부사관 등 상당수 군인은 일반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부 군인은 부대를 이탈해 콜롬비아 등으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군은 6개 보병사단 및 2개 기갑여단으로 구성된 육군을 중심으로 방위군 7만 명이 군 전력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해군과 공군이 이를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되는데 그 수만 51만5000명에 달한다. 마두로 정권이 인사권과 경제적 보상 등을 활용해 군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지만 실제 작전에 참여하는 영관급 이하 장교들까지 빠짐없이 충성심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군인들이 직접 쿠데타를 일으키지는 않더라도 시위 강경진압 등 상부 명령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을 가능성은 적지 않다. 가디언은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결국 군부가 마두로 정권의 생존권을 쥐고 있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며 “군부의 지지가 얼마나 견고한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반정부시위에 맞서 카라카스 대통령궁 앞에서는 시위대 수천 명이 정권 지지 시위에 나섰지만 상당수는 동원된 공무원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의 향후 정세에서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군부 외에 지지기반을 상실한 마두로 대통령이 정권유지를 위해 강제진압을 지시해 대규모 유혈사태를 빚는 것이다. 더타임스는 파드리노 국방장관이 최근 주요 지휘관회의에 참석한 마두로 대통령에게 “군은 대통령을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으며 23일 반정부시위 당시 강제진압을 지시해 사망자 2명을 비롯해 7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보도했다. 군의 강제진압을 우려한 야권은 사면 약속을 내걸고 마두로 정권에 함께 대항할 것을 요청하는 형국이다. 반정부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과이도 의장은 “마두로 정권을 몰아내는 데 도움을 주는 군인에 대해서는 새 정부에서 사면을 약속할 것”이라며 “행진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반정부시위 계속 확산될까 = 로이터통신 등은 반정부 시위로 120명이 사망한 2017년 이후 중산층들의 산발적 시위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마두로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빈민들과 근로자층이 대거 시위에 가담했다며 향후 시위 확산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23일 시위에서 빈민가 주민들은 최루탄을 쏘는 방위군에게 돌을 던지며 대항했고 카라카스 인근 도시에선 실직한 근로자들이 중심이 돼 쓰레기통으로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시위에 뛰어들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마두로 정권은 이전 시위를 ‘중산층의 불만’으로 치부하며 근로자층과 분리했지만 23일을 기점으로 근로자들이 적극적으로 시위에 가담하기 시작했다”며 “베네수엘라에서는 누구도 정권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 확산 배경에는 35세의 젊은 야당 정치인 과이도 의장의 힘도 크다. 지난 5일 국회의장 취임연설에서 “마두로를 대신해 임시로 대통령직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그는 연일 반정부시위의 선두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민층에 전달하는 호소력도 강해 “배고픔은 두려움을 이길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시위 구호가 됐다. 차베스 전 대통령 보좌관 출신으로 해외 망명 중인 클리버 알카라는 WP에 “과이도 의장을 중심으로 야당 세력이 힘을 받으면서 하위계급 군인들까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물론 인근 중남미 국가들이 연대해 압박할 경우 현 베네수엘라 집권세력이 쿠바로 망명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